추억의 스케치북

 

[이종훈] 11월 19일 하느님의 눈물 (+mp3)

11월 19일 하느님의 눈물

 

예수님은 마지막 예루살렘 순례에서 우셨다. 하느님이 사람들을 내려다보시며 우셨다. 앞으로 일어날 끔찍한 일들을 내다보셨다. 예루살렘 성전은 예수님이 어렸을 때 부모님이 떠나신 줄도 모를 정도로 당신의 마음을 가져갔던 곳이다. 그 아름다운 성전이 철저하게 파괴될 줄 아셨다. 그리고 한탄스럽게 말씀하셨다. “오늘 너도 평화를 가져다주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더라면……! 그러나 지금 네 눈에는 그것이 감추어져 있다(루카 19,42).”

 

예수님은 사람들이 회개하게 하시려고, 마음을 바꿔 아버지 하느님께 돌아서게 하려고 참 열심히 일하셨다. 하지만 사람들은 말을 듣지 않았다. 끝내 마음을 바꾸지 않았다. 오히려 진리를 말하고 참 하느님의 사랑을 전한 당신을 죽이려고 모의했고 결국 그 시간이 가까이 다가왔음을 아셨다.

 

예수님 예언대로 70년경에 로마군의 침공으로 예루살렘 성전은 철저히 파괴됐다. 회개하지 않음과 성전 파괴 사이에 어떤 인과관계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스라엘 민족은 외침을 받고 수차례 침략자의 노예로 끌려갔던 치욕스러운 역사가 있다. 그때마다 예언자들은 이를 예고했지만 사람들은 말을 듣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런 일들을 실제로 겪게 돼서야 비로소 이 모든 게 하느님 말씀을 듣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뉘우치고 용서를 청했다. 그러나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아무리 외쳐도 일이 터지기 전까지 세상은 움직이지 않는다. 분신, 노동 현장의 참사, 과로사 정도는 있어야 사람들은 그런 우리 현실을 바라보고 마음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전까지는 먼 나라 이야기로 여긴다. 회개하지 않은 것과 예루살렘 성전 파괴가 어떤 인과관계가 있는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불편해도 가능한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고 재활용 분리수거를 잘 하는 게 환경보호의 시작이라는 건 잘 안다. 이웃에게 잘 대해주고 어려울 때 도와주는 게 세계 평화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하느님의 눈물을 닦아드린다는 것은 안다. 아주 잘 안다. 학자들이 말하는 나비효과처럼 나의 작은 선행과 사랑 그리고 회개가 인류 구원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주님, 진리를 알면 기쁘지만 여기서 그대로 사는 건 도전입니다. 진리를 보려면 주님처럼 다 비워야 하는 데 쉽지 않습니다. 가진 것이 많아서가 아니라 믿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아무런 미련도 없으면서도 쓸데없는 고집을 부립니다. 사람은 원래 그렇고 세상은 본래 그런 줄 아니 화내지 말고 주님처럼 울어야 하겠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십자가 아래까지 아드님과 함께 가셨으니 하느님 눈물의 뜻을 잘 아실겁니다. 그 눈물을 잊지 않게 도와주소서. 아멘.

 

성경 ⓒ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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