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4일(십자가의 성 요한 기념일) 바꾸기
예수님은 성전을 사랑하셨고(요한 2,17), 그곳에서 자주 가르치셨다. 그런 곳이 장사하는 집과 강도의 소굴로 변해가는 것을 참으실 수 없어 의로운 분노를 터뜨리셨다. 그렇게 성전을 정화하신 후 또다시 가르치셨다.
예수님의 가르침은 한결같다. 회개하라는 것이다. 생활습관이 아니라 생각과 마음을 바꾸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나를 행복하게 해 줄 것이라고 믿고 따라왔던 그 길을 바꾸라는 뜻이다. 골이 잔뜩 난 수석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이 예수님께 무슨 권한으로 그런 일들을 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예수님은 성전을 정화하셨지만 그것이 그들에게는 성전을 파괴하고 엉망으로 만들어버린 것이었다. 자신들이 잘 갖추어놓아 편한 곳을 예수님이 다 망가뜨린 것이다.
그런 도전적인 질문에 예수님은 대답 대신 세례자 요한의 세례에 대한 그들의 생각을 되물으셨다. 그들은 머리를 한참 굴린 후에 모르겠다고 대답했다(마태 21,27). 여기서 그들의 대답은 정말 모른다는 뜻이 아니다. 말하지 않거나 바꾸지 않겠다는 뜻이다. ‘모르겠다.’ 혹은 ‘기억나지 않는다.’는 대답은 오늘날도 법정에서 자주 듣는 증언 아닌 증언이다. 자신이 불리할 때 하는 비겁한 대답이란 걸 우린 다 안다. 예수님은 그들도 생각과 마음을 바꾸기를 바라셔서 그런 폭력적인 방법까지 쓰셨는데 그들은 도무지 움직이지 않고 바꾸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니 예수님도 어쩔 수 없으셨다. “나도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지 너희에게 말하지 않겠다(마태 21,27).” 그렇게 그들의 눈은 가려지고 마음의 문은 열리지 않았다.
사람은 사악하지 않다. 사람은 연약하다. 그리고 어리석다. 매번 당해서 아프고 힘들면서도 그런 상황이 되면 또 그러고야 만다. 그런 걸 반복한다. 바꾸지 않는다. 아니 바꾸지 못한다. 핑계라고 비난해도 좋다. 해도 안 되는 걸 어쩌겠나. 그러니 이제 마음을 바꾸자. 삶의 지향을 바꾸자. 내 안에 있는 나를 꺼내고 그 자리에 주님의 말씀을 모셔 들이자. 회개하고 복음을 믿자. 하늘나라가 아주 가까이 다가왔다.
예수님, 눈다운 눈이 내렸습니다. 운전이 조심스럽고 눈 치우느라 고생했지만 눈 덮인 산과 벌판은 아름답습니다. 날은 많이 차졌지만 그 광경은 마음을 따뜻하게 합니다. 불안하고 우울하고 지친 마음을 위로해주시는 주님의 말씀이라고 알아듣겠습니다.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줄 압니다. 주님께서 저희와 함께 계신다고 알려주셨으니 차분하고 든든한 마음으로 조용히 하루를 시작합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차가운 곳에는 생명이 생기지 않습니다. 조급하고 불안한 마음으로는 하느님 말씀을 알아들을 수 없습니다. 저희 마음이 따뜻해지고 평화로워지게 도와주소서. 아멘.
성경 ⓒ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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