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스케치북

 

[이종훈] 12월 20일(대림 제4주일) 믿음의 순종(+ mp3)

12월 20일(대림 제4주일) 믿음의 순종

 

오래전에 주인공이 계약의 궤를 찾는 모험 영화가 있었다. 그 안에는 하느님께서 모세를 통해 이스라엘 백성에게 주신 십계명이 적혀 있는 두 개의 석판(탈출 34,28)이 있었다. 그것은 하느님과 이스라엘 사이의 계약서이고 그 계명을 지키면 하느님께서 그들을 지켜주시겠다는 하느님의 약속이다.

 

그 영화에서 그 궤를 열자 귀신같은 것들이 나와서 주인공을 제외하고 모든 이를 죽인다. 그리고 주인공은 그 궤를 아무도 찾지 못하는 곳에 숨겨 놓으며 영화는 끝난다. 그 궤는 어디에 있을까? 그 석판에는 정말 신비한 힘이 있을까? 찾는다고 해도 그것은 아주 값진 유물에 불과할 것이다. 게다가 성경에 따르면 하느님이 당신 손가락으로 써주신 석판(탈출 31,18)은 이스라엘이 금송아지를 만드는 바람에 모세가 화가 나서 내던져 깨 버렸다(탈출 32,19). 혹시 그 궤가 발견된다면 거기에 있는 판은 모세가 받아 기록한 것이다(탈출 34,28). 우리의 관심은 그 궤나 석판이 아니라 거기에 적혀 있는 하느님의 말씀이고, 그대로 사는 것이다. 하느님의 말씀은 골동품이 아니라 세상 창조 때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 세상 끝날까지 유효한 하느님의 계약이고 우리가 지켜야할 법이다. 우리가 하느님과 영원히 살기 위해 지켜야 할 계명이다.

 

우리는 그 궤를 찾으러 다니지 않는다. 그들이 찾던 그 궤가 바로 성모님이란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되신 하느님의 말씀을 잉태하신 그분이 바로 새로운 그리고 진정한 계약의 궤다. 우리가 애써 찾아야 하는 건 성모님이고, 그분의 순종이다. 그분의 순종으로 인류구원이 실현되었고, 또 예수님의 순종으로 완성되었기 때문이다. 예수님의 삶과 죽음 안에서 하느님의 약속이 다 이루어졌으니 그분은 살아있는 하느님의 말씀이었다. 부활하셔서 세상 마지막 날까지 우리와 함께 계시겠다고 또 약속하셨으니 하느님의 백성이 따라야 할 살아있는 법이다.

 

그 영화에서는 그 궤를 찾아 그 뚜껑을 여는 장면을 아주 신비롭게 연출하려고 애썼던 것 같다. 수천 년 전 하느님이 직접 하신 말씀을 받아 적은 판을 눈으로 보는 순간이니 그럴 만하다. 그런데 성모님은 하느님 말씀을 찾아다니지 않으셨다. 반대로 천사가 찾아와 전해주었다. 그분은 아주 단순하게 그 말씀을 받아 품으셨다.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루카 1,34)”란 질문은 말 그대로 천사에게 물어보는 거다. 하느님이 실제로 일하시는 방식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한 질문이다. 천사는 대답했다. “성령께서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너를 덮을 것이다. 그러므로 태어날 아기는 거룩하신 분, 하느님의 아드님이라고 불릴 것이다(루카 1,35).” 성령께서 하실 것이라는 말에 성모님은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라고 대답하셨고, 정말 그렇게 됐다. 그분은 당신이 포기한 것과 당신의 미래에 대해서 묻지 않으셨다. ‘예’라는 대답 안에는 그 모든 것이 다 들어있었다. 하느님은 우리를 구원하시는 분이다. 그러니 그분을 믿는다면 그분의 말씀에 순종해야 구원된다.

 

예수님, 주님은 사람이 되신 하느님의 말씀, 살아있는 구원의 길입니다. 그 말씀은 돌이 아니라 제 마음에 새겨져 있고, 그것은 박물관이 아니라 제 인생 안에 있습니다. 그것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모든 재산과 생명까지 걸었습니다. 더 이상의 증거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저의 순종입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어머니처럼 단순하게 하느님의 말씀을 믿고 따르게 도와주소서. 아멘. 

 

 

성경 ⓒ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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