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해 2월 27일 긴 수련
몸이 피곤하니 마음도 따라 피곤하다. 만사가 다 귀찮게 여겨진다. 외치고 뛰어다녀도 세상은 늘 그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아니라고 말은 했지만 마음속 보이지 않는 곳에는 사람들과 세상이 바뀌는 바람이 있었던 것 같다.
우정이나 연인의 사랑도 식고, 부모도 자녀 양육에 지치지만, 하느님은 그렇지 않으신 줄 안다. 이사야 예언자는 우리 하느님은 “피곤한 줄도 지칠 줄도 모르시고 그분의 슬기는 헤아릴 길이 없다(이사 40,28)”고 했다. 참으로 맞는 말이다. 하느님이 그렇지 않았다면 세상은 오래전에 멸망했을 거다. 하느님이 쓸어버리셔서가 아니라 인간의 악행으로 자멸하고 공멸했을 거다.
하느님이 전능하신 것은 무한히 솟아나는 힘의 원천을 지니셨기 때문이 아니라 사랑이시기 때문이고, 그분의 사랑은 완전하기 때문이다. 자녀는 부모를 닮는 법, 그리스도인은 전능하신 하느님의 자녀이니 하느님을 닮는다. 이를 두고 예수님은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마태 5,48).”고 분부하셨다. 그래서 그리스도인들은 박해하는 이들을 위해서 기도하고 원수까지 사랑한다. 아니, 있는 힘을 다해 그러려고 노력한다. 여기서 완전은 결점이 없는 완벽함이라기보다는 완성되고 가득 채워졌음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래서 실패하면 다시 시작하고, 넘어지면 일어나 또 주님 뒤를 따라간다. 이렇게 나는 좋고 참된 그리스도인이 되어가고, 하느님 본래 계획안에 있었던 인간의 모습을 회복해간다. 인생은 하나의 긴 훈련이고 수련이다.
훈련과 수련은 본래 재미없고 힘든 법이다. 성과나 작은 보람이라도 있으면 기운이 나지만 이 수련은 보람은 고사하고 오히려 나를 점점 바보로 만드는 느낌이다. 밸도 속도 없는 사람이 되라는 요구 같다. 예수님이 그렇게 사신 것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분은 세상에서는 바보로 보였지만 그분이 참된 지혜이고 완전한 사람이며 하느님이 사랑하시는 아드님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그분도 세상을 바꾸지는 못하셨다. 그러니 내가 이 지루하고 재미없는 기도를 계속하고, 바보로 만드는 애덕을 쌓는 이유도 세상을 바꾸려는 게 아니다. 나를 완성하기 위함이다. 나의 작은 외침은 공허한 메아리로 되돌아오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것은 최소한 나만이라도 바꾸어놓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느님의 말씀은 헛되이 되돌아가지 않고, 그 안에는 나를 완전하게 해 줄 힘이 담겨 있다.
예수님, 주님은 저와 똑같은 육체를 갖고 사셨으니 제가 겪는 어려움을 잘 아십니다. 그래서 언제나 용서하시고 위로해주시며 격려해주십니다. 다시 시작할 수 있게, 일어나 십자가를 짊어질 수 있게 해주십니다. 오늘도 주님 뒤를 따라갑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어머니가 계셔서 유혹에 빠지지 않고 잘 쉴 수 있습니다. 아멘.
성경 ⓒ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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