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해 3월 10일 하늘나라
“이스라엘아, 이제 내가 너희에게 실천하라고 가르쳐 주는 규정과 법규들을 잘 들어라. 그래야 너희가 살 수 있고, 주 너희 조상들의 하느님께서 너희에게 주시는 땅에 들어가 그곳을 차지할 것이다(신명 4,1).” 모세가 요르단 건너편 광야에서 이스라엘에게 한 말이다. 한 마디로 하느님의 계명을 지켜야 약속하신 땅에서 살 수 있다는 것이다.
하느님과 인간은 계약을 맺었다. 계약이라지만 하느님이 일방적으로 맺으신 계약이다. 조건은 단 하나, 하느님 말씀을 듣고 실천하는 것이다. 그러면 하느님 나라에서 영원히 산다. 그러나 인간은 그 계약을 잘 지키지 못했다. 그런데도 그 계약은 파기되지 않았고 오히려 아드님을 세상 안으로 보내셔서 새로운 계약을 맺으셨다. 이젠 수많은 율법 규정을 외울 게 아니라 예수님을 믿고 그분을 따르면 된다. 사실 그분은 율법 규정들을 폐지하신 것이 아니라 완성하셨다(마태 5,17). 하느님은 두 말 하지 않으실 테니 그분의 법은 처음부터 영원한 법이었다. 인간이 잘 알아듣지 못하거나 제멋대로 해석해서 간단한 것을 복잡하고 어렵게 만든 것이다. 예수님은 그걸 다시 그전보다 더 간단하게 만들어주셨고 그 모범을 남겨놓으셨다. 친구를 위해 목숨을 내놓기 까지 서로 사랑하는 것이 그것이고 그것이 곧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이다. 영원히 사는 길이다.
하늘나라는 여기저기 어떤 장소가 아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가나안 땅을 찾아갔지만 우리는 예수님이 가르쳐주신 하늘나라를 찾는다. 그 나라는 하느님의 땅, 하느님이 다스리는 곳으로 그분이 주인이 되시는 곳이다. 죽기까지 아버지 하느님께 순종하셨던 예수님의 마음이 바로 그곳이다. 불순종한 인간은 그 마음을 잊어버리고 잃어버렸지만, 예수님이 되찾아주셨다. 주님은 선한 지향을 지닌 모든 사람의 마음 안에서 사시고 그들을 다스리신다.
서울과 부산시장 보궐선거와 내년 대통령선거 후보자 얘기로 시끄럽다. LH공사 일부 직원들의 비열한 행동이 우리를 정말 화나게 한다. 그런데 그런 소음에 짜증 내지 말고 화내지 말자. 그 대신 이런 세상 속에서도 그리고 자신도 넉넉지 않은 데도 선한 마음과 지향으로 사는 사람들을 찾는다. 그들은 주님의 영토를 확장해가는 멋지고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그들과 어떤 방식으로든 연대하고 나도 그들과 같은 나라에서 살자. 세례를 받았든 안 받았든,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상관없다. 하늘나라에는 그런 게 아무 소용없는 줄 안다. 오직 선한 마음과 사랑만 있고 하느님을 사랑하는 영혼들만 있을 테니까.
예수님, 여기서 조금씩 자라고 넓혀가는 주님의 나라를 보여주소서. 저도 그곳에서 살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순종하는 법을 가르쳐주소서. 아멘.
성경 ⓒ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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