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해 3월 16일 어린 양
설교대에서는 죄짓지 말고 악행을 멀리하고 서로 사랑하라고 사자가 포효하듯 외친다. 그러나 고해소에서는 고해자가 어린 양 한 마리가 고해 사제 자리에 앉아 있는 것처럼 느끼게 죄 고백을 듣는다. 고해자는 창과 방패를 내려놓은 것은 물론이고 두꺼운 갑옷까지 다 벗어버려 벌거벗은 알몸이기 때문이다.
가끔 아주 조심스럽게 질문을 해야 할 때도 있다. 죄를 더 캐내기 위해서가 아니고 그의 성찰을 도와주고 죄책감과 상처에서 더 자유롭게 해주기 위해서다. 언제 그래야 하는지는 성령님께서 가르쳐주신다. 알폰소 성인은 고해사제를, 제라도 성인은 고해자를 도와주신다. 한 평 남짓한 작은 공간에서 길어야 5분인 그 짧은 시간에 참 허술한 예식으로 한 사람에게 그렇게 큰 해방감과 평화를 안겨주는 프로그램을 누가 만들 수 있을까? 그것은 하느님 자비의 선물이다.
예수님은 죄를 묻지 않으셨다. 어쩌다 몸이 그렇게 됐느냐고도 묻지 않으셨다. 간음하다 현장에서 붙잡혀 온 여인에게 하신 첫 말씀은 “여인아, 그자들이 어디 있느냐? 너를 단죄한 자가 아무도 없느냐?(요한 8,10)” 이었고, 들것에 눕혀 실려 온 그 중풍 병자에게는 “얘야,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마르 2,5).”가 첫 말씀이었다. 삼십팔 년 동안 앓아 온 이에게는 “건강해지고 싶으냐?(요한 5,6)”라고 물으셨다. 죄를 샅샅이 찾아내서 온 세상에 알리고 없는 죄도 만들어 고발하는 세상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고해소에 들어가는 교우만 죄인이 아니다. 성당을 찾는 모든 이들이 죄인이다. 예수님은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오셨기 때문이다. 이마에 ‘나는 죄인’이라고 써 붙이고 성당에 가는 셈이다. 듣기 싫고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사실이다. 이런 우리가 찾는 것은 따끔한 훈계나 더 많은 지식이 아니다. 어린 양 한 마리가 고해 사제 자리에 앉아서 내 과거를 모르고 내 고백 내용을 알아듣지도 못하면서 무조건 ‘메에~’하며 사죄경을 해주기를 바란다. 고해 사제는 아버지의 마음으로 고해자를 반겨야 한다. 재산을 다 탕진하고 알거지가 돼서 돌아온 둘째 아들을 끌어안는 그 속없이 선한 아버지의 마음으로(루카 15,20) 그의 고백을 듣고 잔치를 벌여야 한다. 아~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는 정말 이해할 수 없다.
예수님, 주님은 하느님 자비의 얼굴입니다. 하느님은 순수한 영이시라 볼 수 없고, 하느님의 자비는 세상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것이라 이해할 수 없습니다. 주님이 제 안에 사시니 저는 그 자비를 늘 입고 있습니다.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겠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하느님의 자비를 잊지 않게 도와주소서. 아멘.
성경 ⓒ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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