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해 3월 17일 만유위에 주를 사랑하오며
사랑받으면 기분 좋고, 사랑하면 뿌듯하다. 다 주고도 더 주지 못해 안타깝고, 최선을 다했어도 더 잘해주지 못해 미안하고, 그를 대신해서 욕을 먹어 기쁘면 그를 정말 사랑하는 거다.
사람은 사랑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랑하기 위해서 태어났다. 그러니까 예수님이 온 마음과 힘을 다해 하느님을 사랑하고 그 사랑으로 이웃을 사랑하라고 하신 거다. 서로 사랑하기 위해 산다. 볼 수 없고 알 수 없는 분을 사랑하는 게 너무 어려우니 인간의 모습으로 오셔서 하느님을 사랑할 수 있게 해주셨다. 하지만 우리는 사랑하는 흉내만 낼 뿐이다. 참으로 사랑하는 분은 하느님이시다. “여인이 제 젖먹이를 잊을 수 있느냐? 제 몸에서 난 아기를 가엾이 여기지 않을 수 있느냐? 설령 여인들은 잊는다 하더라도 나는 너를 잊지 않는다(이사 49,15).”
어렸을 때 제일 지루한 시간은 가족이 모여 저녁기도 하는 시간이었다.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기도문을 줄줄 외우며 저녁기도를 해치웠다. “천주여, 만유위에 주를 사랑하오며…”라는 기도문이 떠오른다. 지금은 기도문이 다 바뀌어서 어느 기도였는지 모르겠는데 아마 삼덕송 중 애덕송이었던 것 같다. 세상 모든 것보다 하느님을 사랑한다는 뜻이다. 자식, 부모, 배우자보다 하느님을 더 사랑하겠다는 결심이다. 주님의 제자인 그리스도인은 부모와 자식은 물론이고 자기 자신보다 예수님을 더 사랑하는 이들이다(마태 10,37; 루카 14,36).
듣기 거북하고 실천하기 두려운 말씀이다. 예수님은 진짜로 그러셨다. 그분에게는 당신 목숨보다 아버지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게 더 중요했다. 하느님이 사람이 되셨고 세상 마지막 날까지 우리와 함께 계신다고 약속하셨다. 우리는 하느님을 사랑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랑해야 다 채워지고 만유위에 주님을 사랑해야 영원히 산다.
예수님, 주님의 말씀을 새겨듣고 실천하는 게 주님을 사랑하는 겁니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그리고 비난을 받을 줄 알면서도 주님의 계명을 지킵니다. 그게 제가 사는 방식이고 영원히 사는 길입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어머니처럼 하느님을 사랑하게 도와주소서. 아멘.
성경 ⓒ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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