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해 3월 19일(요셉 성인 대축일) 아버지 하느님
코로나로 어려운 이 시기에 많은 의료진이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수고하고 희생한다. 참 고마운 분들이다. 이처럼 생명, 평화, 나라, 신앙 등 소중한 보편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수고하고 희생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 대부분은 세상에 이름조차 남기지 않는다. 지금 내가 누리는 이 모든 것들이 이름도 모르는 고맙고 의로운 분들 덕분이다.
작년 12월 8일부터 올해 같은 날까지 요셉 성인의 해를 지낸다. 누군가 성모님에 대해서 이렇게 많은 말과 책들이 어떻게 나올 수 있느냐고 했다. 성경에 나오는 성모님 이야기는 다 모아도 몇 쪽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에 비하면 요셉 성인에 대해서는 훨씬 더 적을뿐더러 성인의 말씀은 한마디도 없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은근히 요셉 성인을 좋아하고 성인의 전구에 기댄다.
성인은 성모님과 예수님의 생명을 구했다. 약혼자의 임신 사실이 드러났을 때 의로운 요셉은 고민 끝에 ‘남모르게 파혼하기로’ 결정했다(마태 1,19). 율법을 생명처럼 여기던 성인은 부정한 여자와 혼인할 수 없었고 또 그렇다고 그가 돌에 맞아 죽게 할 수 없었다. 그보다는 자신이 비난받는 길을 택해 그 여인과 태아를 살리려고 했다. 그런 그에게 하느님은 꿈을 통해 당신의 계획을 알리시고 성인은 그 즉시 순종했다. 그 후에도 그렇게 두 사람을 보호하고 지켰다. 성인이 순종하지 않았다면, 자신의 꿈을 이루기를 더 바랐다면, 그리고 자구적으로 율법을 따랐다면 성모님은 물론이고 예수님은 세상에 태어나지도 못한 채 돌아가셨을 거다. 하느님의 인류구원계획은 엉망이 되어버릴 뻔했다. 구원의 역사에 거의 보이지 않는 요셉 성인은 우리에게 정말 고마운 분이다.
요셉 성인 전기는 없지만, 예수님의 삶을 보면 그분이 어떻게 사셨는지 짐작할 수 있다. ‘제가 원하는 대로가 아니라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대로 하십시오.’ 이것을 예수님은 아버지 요셉에게 배우셨을 거다. 기도하는 것, 사람들을 상대하는 것 모두 아버지를 보고 배운 것이었을 거다. 요셉 성인은 좋은 아버지였다.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드러나지 않지만, 그분이 없었으면 예수님도 없다. 예수님과 성모님의 그림자처럼 두 분을 지켰다. 그래서 예수님은 아버지 요셉처럼 제자들을 그렇게 지키셨고 지금은 우리들을 그렇게 하신다. 하느님을 왜 아버지라고 부르는지 알 것 같다.
예수님, 소중할수록 보이지 않고 위대할수록 작습니다. 주님을 닮은 사람은 낮은 곳에 있고 드러나지 않게 일합니다. 더 낮은 곳에서 주위 사람들이 알아채지 못하게 일하며 거기서 주님을 뵙겠습니다.
요셉 성인님, 그림자 같은 아버지의 마음을 가르쳐주소서. 아멘.
성경 ⓒ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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