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해 4월 7일 이야기
예수님은 이야기꾼이셨다. 그분은 사람들 세상 사는 이야기와 때로는 정치적 사건들을 소재로 하느님을 전하셨다. 가끔 이야기 끝에 문제를 내기도 하셨는데, 그 문제는 요즘 방송의 시청자퀴즈처럼 너무 쉬웠다. 그렇게 예수님이 보여주신 하느님은 참 쉽고 좋은 분이시다.
오늘 복음인 엠마오 가는 제자들 이야기는 우리가 하느님을 알아가는 긴 이야기의 축소판이고 그렇게 쉬운 하느님을 알아보지 못하는 문제의 핵심을 말해주는 것 같다. 그 두 제자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제자도 예수님의 그런 허망한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구세주는 그렇게 실패하고 죽으면 안 되었다. 내가 믿는 분이 그렇게 되면 나는 어떡하라고.
구세주의 수난과 죽음은 예수님 당신만 알고 계셨다. 그렇다고 일부러 감추신 것도 아니고, 세 번씩이나 예고하셨는데 제자들은 알지 못했다. 아니 듣지 않았다, 지금 나처럼 말이다. 부활하신 주님은 그 두 제자가 성경 전체를 당신의 삶이라는 렌즈를 통해 다시 보고 해석하고 해설해주셨다. 그들은 초면인데도 그분을 붙잡고 함께 묵어가자고 했다(루카 24,29). 그분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그들의 마음은 다시 뜨거워졌기 때문이다. 그 전에 스승님을 뵈었을 때 그리고 그분 이야기를 들을 때처럼 말이다.
그런데 이것이 엠마오 제자 이야기에서 가장 감동적인 부분은 아니다. 진짜 감동은 목적지에 거의 다 왔을 때 더 멀리 가려고 하시는 듯했던 예수님 마음이다(루카 24,28). 예수님은 그들이 당신을 붙잡아주기를 간절히 바라셨다. 당신이 고난을 겪기 전에 제자들과 마지막 파스카 음식을 먹기를 간절히 바라셨던 것처럼 말이다(루카 22,15). 당신의 바람대로 그들이 그러자 기다리셨다는 듯이 그들에게 빵을 떼어 나눠주셨다. 주님의 그 바람대로 우리는 매일 주님의 몸과 피를 먹고 마신다. 그 안에서 우리는 다시 예수님의 이야기를 듣고, 예수님이라는 렌즈를 통해 하느님 말씀을 듣는다. 나보다 주님이 나와 함께 있기를 훨씬 더 바라신다. 나보다 하느님이 나를 훨씬 더 사랑하신다. 나는 하느님을 위해서 희생하기 정말 어렵지만, 하느님은 나를 위해서 매일 희생하신다.
예수님, 저의 이야기는 하느님께 가는 순례이고, 제 눈에서 비늘이 하나씩 떨어지는 과정입니다. 사는 데 지식도 필요하지만, 그보다는 마음의 비늘을 떼어내는 게 더 중요합니다. 주님은 제 삶의 본질을 들여다보게 하는 렌즈이니 제 삶은 주님이 한 영혼을 구원하시는 이야기입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아드님을 안전하게 안고 계시듯이 저도 그렇게 안아 이 여행을 잘 마치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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