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해 4월 16일 여기 있습니다
사람들은 좋은 지도자를 바란다. 빵의 기적을 체험한 사람들이 예수님을 억지로 모셔다가 임금으로 삼으려고 한 것을 보면(요한 6,15) 예수님은 좋은 지도자로 보였던 것 같다.
당신께 오는 많은 사람을 보시고 예수님은 그들을 말씀뿐만 아니라 음식으로도 배불리 먹일 계획을 갖고 계셨다(요한 6,6). 하지만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는 그 많은 사람을 배불리 먹일 수 없었다. 그래도 그분은 그 계획을 실천으로 옮기셨다. 마치 그 사람들이 배불리 먹는 모습을 내다보시듯이 하느님께 미리 감사드리며 그 빵과 물고기를 나누어 주셨다. 그리고 정말 예수님 계획대로 모두 배불리 먹었다. 그 자리에 있었다면 놀라지 않을 수 없었을 거다. 그분은 임금이 되시고도 남을 분이셨다.
세상 사람들은 어떻게 빵이 많아졌는지에 관심을 두지만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의 마음과 그분의 계획에 관심을 기울인다. 주님과 함께라면 그리고 주님의 분부대로 한다면 어떻게,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된다고 믿는다. 그분은 우리의 참된 지도자, 임금이시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수님은 먼저 제자들에게 물으셨다. 우리가 가진 게 얼마나 있느냐고, 어디서 빵을 살 수 있느냐고. 그것은 제자들의 의견이나 도움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그들도 이 신비롭고 거룩한 일에 참여시켜주시기 위함이었다.
금요일마다 단식한다. 부활 시기에도 단식한다. 죄에 대한 보속이라기보다는 세상에 수많은 배고픈 사람들과 잠시나마 하나가 되기 위함이다. 미얀마의 시민들, 학대받는 아이들, 죽을 만큼 노동해야 하는 이들, 비인격적인 대우를 받아도 말 못 하는 외국인 노동자들 그리고 아직도 왜 배가 침몰했고 왜 아이들을 구하지 않았는지 알고 싶어 하는 그 부모들의 마음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그리고 예수님은 그때처럼 지금 그들을 바라보고 계시고 그들과 함께 계신다고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가진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라도 쓰시겠다면 당장 다 내어드릴 것이다. 다른 그리스도인들도 다 같은 마음일 거라고 믿는다.
주님, 여기 있습니다. 이게 제가 가진 전부입니다. 이런 게 무슨 소용이 있을지 모르지만 주님이 쓰시겠다면 그리고 이것이 배고픈 사람들을 배불리 먹이는 데 쓰인다면 제게는 가장 큰 기쁨이 될 겁니다. 제가 주님이 하시는 일에 손을 보탰으니 말입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수난을 겪고 돌아가시는 아드님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지켜보시고 십자가에서 내려진 주검까지 품에 안으셨으니, 어머니가 품지 못할 사람은 이 세상에 없습니다. 불의하게 고통 받는 모든 이들을 위로해주시고 그 길도 가르쳐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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