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해 4월 17일 나타나시는 하느님
많은 기도 부탁을 받는다. 아픈 사람을 낫게 해주시고, 경제적인 어려움을 해결하게, 올바른 선택을 하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바라던 대로 된 이들에게 감격스러운 감사 인사를 받는다. 그렇지 못한 이들에게는 차분한 감사 인사를 받는다. 어려울 때에 기도로써 함께 있어 줬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느님이 계시니 믿음이 있고, 믿음이 있으니 교리가 만들어진다. 성경에는 창세기 다음에 탈출기가 있지만, 실제로는 탈출기가 창세기보다 먼저 만들어졌다. 이집트 노예 생활 탈출, 홍해를 마른 발로 건너는 엄청난 체험을 한 이스라엘은 하느님은 어떤 분이시고, 세상과 인간은 어떻게 생겨났는지 묻지 않을 수 없었던 거다.
세상은 하느님이 당신을 드러내시는 장소이고 시간이다. 창세기 저자는 한 처음에 하느님께서 일하시기 전 상황을 이렇게 묘사한다. “땅은 아직 꼴을 갖추지 못하고 비어 있었는데, 어둠이 심연을 덮고 하느님의 영이 그 물 위를 감돌고 있었다(창세 1,2).” 어둠과 심연은 하느님이 일하시기 전의 상태다. 그래서 그것은 역설적으로 하느님이 나타나시게 되는 그리고 그분이 어떤 분인지 알게 해주는 배경이 된다.
제자들은 오천 명이 배불리 먹는 큰 체험을 했지만 곧이어 밤에 거센 풍랑을 맞았다. 그것은 천지창조 때처럼 하느님이 나타나시고 일하시기 직전의 상태다. 예수님은 어려움을 겪는 제자들에게 유령처럼 나타나셨다. 어부들이었던 그들에게는 어둠과 풍랑보다 그 모습이 더 두려웠을 것 같다. 그래서 예수님은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요한 6,20).”라고 말씀하셨다. 어둠과 풍랑 속에서 예수님은 당신이 하느님이라고 알려주셨다. 어색하지만 ‘나다(I AM).’는 하느님의 이름이다. 인간에게 처음으로 가르쳐주신 이름이다(탈출 3,14). 두려움, 안심, 의심, 얼떨결이 그 당시 그들의 상태였을 것 같다. 그들은 예수님을 바라보고 배 안으로 모셔 들이려고 했고, 그사이 배는 목적지에 닿았다. 우리는 그렇게 하느님을 조금씩 알아간다.
예수님, 주님께 매달려 바람을 이루는 이들이 있고 그렇지 못한 이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더 깊은 곳에서 더 큰 물고기를 잡은 이들은 바람을 이루지 못한 이들일 것 같습니다. 의인은 믿음으로 살고, 믿음이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기억하는 많은 이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그들의 믿음 그리고 저의 믿음이 흔들리지 않기를 바라며 기도합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입보다 훨씬 더 큰 어머니의 두 눈으로 하느님의 깊은 사랑과 넓은 자비를 가르쳐주소서. 아멘.
성경 ⓒ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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