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스케치북

 

[이종훈] 나해 4월 23일 영혼의 음식(+MP3)

나해 4월 23일 영혼의 음식

 

하루 중 가장 짧지만 가장 순수하고 절실하게 기도하는 시간은 영성체 후 기도다. 성체를 모신 후 이 미사를 봉헌해준 교우의 지향대로 기도하고, 내게 기도를 부탁한 많은 사람과 세상살이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떠올리며 그들 모두를 위해서 기도한다.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완전히 이타적으로 변한다.

 

하느님은 죄인의 기도를 들어주지 않으시겠지만 믿는 모든 이들의 죄를 용서해주시려고 성체성사를 세우셨다는 것을 믿고 그렇게 기도한다.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이 세상에 오셨다고 말씀하신 예수님을 믿고 부당한 사람이 그리스도를 대리하는 사제 직무를 수행한다. 예수님은 완전한 인간의 모범과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길을 보여주셨고, 하늘에 오르는 길을 열어 놓으셨다. 그것은 이타적인 사람으로 변하는 것이다.

 

그 당시 유다인들은 당신의 살과 피가 영원한 생명을 주는 생명의 빵과 음료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매우 불쾌하게 들었다. 그러나 오늘 나는 전혀 그렇지 않다. 매일 그리고 어떤 때는 하루에 두세 번이나 주님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시고 있기 때문이다. 주님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심은 영적인 식사다. 그림의 떡은 그것을 먹는 상상을 아무리 많이 해도 배부르지 않다. 축성된 작은 빵을 먹고 포도주 한 모금을 마시며 내 영혼은 배부르다. 아주 잠시지만 하늘나라 시민, 하느님의 자녀가 된다. 그래서 많은 이들을 위해 그렇게 기도할 수 있다.

 

살아있는 음식은 없다. 음식이 되기 위해서 곡식과 채소 그리고 동물과 생선은 모두 죽는다. 그래서 예수님도 돌아가셨다, 우리를 위한 양식이 되려고. 다른 현자들은 책을 쓰거나 어록을 남겼지만, 예수님은 성체성사를 만드셨다. 가장 일반적이고 모든 이가 먹는 음식재료로써, 그리고 거기에 모든 이가 즐기는 명절과 축제의 의미를 담아 그 성사를 세우셨다. 그것은 모든 이가 가장 쉽게 먹고 마실 수 있는, 그리고 모든 이가 죄를 용서받고 구원받게 하신 하느님의 지혜고 사랑이다. 악인들이 예수님을 살해하거나 그분이 부당한 형벌을 당하신 것이 아니라 그분이 스스로 생명을 내놓으신 거다(요한 10,18). 하느님은 당신의 영원한 생명을 인간에게 나누어주기를 바라셨다. 아들까지 내어주실 정도로 정말 간절히 바라셨다. 그것을 먹고 마셔서 우리들도 하느님처럼 변하기를 바라신다. 음식을 먹는 육체는 언젠가 죽지만 예수님을 먹는 영혼은 죽지 않는다. 예수님처럼 완전히 이타적으로 변한 사람은 그분처럼 영원히 산다.

 

예수님, 당신을 따르려면 제일 먼저 자신을 버려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것은 죽음입니다. 가장 큰 적은 바로 자기 자신입니다. 영성체 후 그 짧은 시간만 아니라 조금씩 그런 시간을 늘려가겠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주님의 길로 인도해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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