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스케치북

 

[이종훈] 나해 5월 14일(성 마티아 사도 축일) 사도 직무(+MP3)

나해 5월 14일(성 마티아 사도 축일) 사도 직무

 

유다의 지도자들은 베드로와 요한의 담대함을 보고 놀랐다. 게다가 그들이 무식하고 평범한 사람임을 알아차리고 더 놀랐을 것이다(사도 4,13). 그렇다, 예수님은 그런 사람들을 선택하셨다. 수도회에서 장상과 양성장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나의 선택은 장상 직무다. 높아서가 아니라 더 쉬워서다. 장상 직무는 골치 아프고 온갖 불평과 욕까지 들어야 하지만 양성장은 그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살피고 끝까지 마음을 써야 한다. 언제 도전하고 언제까지 인내해야 하는지 늘 고민하고 식별해야 한다. 그들의 좋은 부모가 되려고 노력하면서도 그들에게 집착하지 않아야 한다. 그래서 양성은 예술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예수님은 무식하고 평범한 사람들을 뽑아 수년간 함께 다니며 그들을 그렇게 양성하셨다.

 

마티아는 유다 이스카리옷의 자리를 대신해서 뽑힌 사도다. 사도가 되는 조건은 예수님이 요한에게 세례를 받은 때부터 부활하시고 승천하실 때까지 다른 사도들과 함께 해야 했다. 한 마디로 주님의 목격 증인이어야 했다. 마티아는 둘 중 제비뽑기로 사도가 되었다(사도 1,26). 다른 사도들이 심사숙고해서 선출한 게 아니었다. 주님이 자신들을 뽑으셨던 것처럼 그도 주님 손에 맡긴다는 의미였을 것이다. 그리고 사도는 꼭 특별한 사람이 아니어도 된다는 뜻이기도 한 것 같다. 자신들이 그런 것처럼 말이다.

 

사도들의 그 직무는 안수를 통해서 2천 년 동안 계속 전해 내려오고 있다. 마티아는 주님의 목격 증인이었지만 나는 아니다. 바오로 사도처럼 예수님 말씀을 들은 적도 없고 환시로 주님을 뵈었다고 우기지도 않는다. 그런데 마치 목격 증인처럼 그 직무를 수행한다. 세례와 안수로 그 직무를 전해 받았기 때문이다. 평범한 내 안에서 그리고 나를 통해서 주님의 성령께서 갈릴래아에서 하시던 그 일들을 지금도 하고 계신다. 주님이 마음을 바꾸시지 않는 한 이 직무는 세상 끝날까지 이어진다.

 

현대에서 무식하면 사도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 신학에 다른 학문은 물론이고 요즘은 방송기술까지 익혀야 한다. 달갑지는 않지만 하면 할 수 있다. 다른 평범한 아저씨들도 다 하니 나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주님과 친하지 않고 주님을 사랑하지 않으면 이 직무를 계속해나갈 수 없다. 신앙 없이 신학을 할 수 없는 것과 비슷하다. 장상의 밤은 머리가 아프지만 양성장의 밤은 마음이 아프다. 나를 양성하시는 주님도 마음이 아프시다. 양심이 계속 도전받는 거로 안다. 내가 아니어도 누군가 이 직무를 대신할 수 있다. 어쩌면 나무와 돌로도 주님은 당신 일을 계속해나가실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주님을 사랑하지 않으면 나는 없다.

 

주님, 데레사 성인은 다른 것은 다 참을 수 있어도 자신보다 주님을 더 사랑하는 사람을 보면 참을 수 없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주님을 사랑한다고 하지만 제 의지는 너무 약합니다. 제 고백과 결심을 믿지 마시고 언제나 저를 도와주소서.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넘어지고 실패했을 때에 자신을 저주하며 교만을 떨지 말고 곧바로 주님께 마음을 돌려 용서를 청하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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