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해 6월 11일(예수성심 대축일) 하느님 마음
하느님이 먼저 예언자들을 통해서 그리고 결정적으로 예수님을 통해서 당신을 알려주셔서 우리는 비로소 하느님을 알게 됐다. 그렇다고 제대로 안다는 뜻은 아니다. 기껏해야 하늘 높은 곳에서 땅을 내려다보시는 흰 수염의 할아버지 정도다. 일하신다니 팔이 있고 땅으로 내려오셨다니 발이 있고 화내고 슬퍼하고 기뻐하시니 마음이 있는 줄 안다.
우리가 하느님에 대해 말하는 모든 것은 은유적이다. 하느님은 사람이 아니다. 그러니까 하느님이 한 여인을 통해서 사람이 되셨다. 예수님은 온 힘을 다해 온 생을 바쳐 세상에 하느님을 알려주셨다. 그래도 여전히 하느님을 다 알지 못한다. 설령 예수님이 내게 개인 수업을 해주셔도 알 수 없을 것이다. 아픈 아이 곁을 밤새워 지켜보지 못하고, 야단맞고 잠든 아이의 종아리에 약을 바르며 눈물을 흘리는 부모의 마음을 모르는데 어떻게 죄인을 위해 아들을 희생시키는 아버지의 마음은 알 수 있겠는가? 얼굴을 맞대고 주님을 만나는 날까지 그것을 수학 공식처럼 외우고 마음에 담고 믿을 뿐이다.
예수성심 그림 안에는 심장, 가시관, 창, 피, 십자가 그리고 불이 있다. 모두 고통과 아픔의 상징물들이다. 예수님이 세상에서 사람들과 함께 사시면서 보고 느끼시며 고통받으셨다는 뜻일 거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하느님 말씀을 참 안 듣는다. 어르고 달래고 꾸짖고 야단쳐도 그리고 제멋대로 하다가 다쳐서 아파도 여전히 말을 안 듣는다. 그래서 오늘도 하느님 마음은 상처 입는다.
열심히 가르쳐주고 여러차례 타일렀는데도 말을 듣지 않으면 나는 그를 포기할 거다. 부모는 그렇게 못 할 거다. 하느님은 내가 포기하지 않는 한 나를 포기하지 않으신다. 오늘도 성찬례 안에서 예수님은 수난하고 희생하신다고 믿기 때문이다. 예수성심의 상처는 구원에 대한 하느님의 고집의 상징이다. 하느님 사랑은 꺼질 수 없고 태워버리지 않는 뜨거운 불이다.
예수님, 주님 마음을 닮자고 하지만 저는 감히 그런 결심을 할 수 없습니다. 하느님의 고통을 저는 견디어내지 못합니다. 그 대신 늘 죄송하고 한없이 고마운 마음으로 주님 계명을 지키겠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아드님의 상처가 아니라 온유하고 겸손한 마음을 가르쳐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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