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해 8월 21일 선행과 희생
대통령 선거 예비후보들의 언행은 참으로 실망스럽다. 성인군자를 기대하지는 않지만, 저들 중 한 사람이 우리를 다스린다고 생각하면 자존심이 상처를 받는다. 21세기에 신정국가(神政國家)를 논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줄 알지만, 그리스도인인 나는 그것을 바란다. 하느님이 직접 다스리시는 나라, 하늘나라를 바란다.
예수님 시대에도 나라가 있었고 제도와 법들이 있었다. 그 가운데에 예수님은 하늘나라를 갖고 내려오셨고 그분은 그 나라에 온전히 속하셨다. 그렇다고 예수님은 초법적으로 무법자처럼 행동하지 않으셨다. 일하고 보수를 받아 생계를 유지했고 성전세도 내셨다. 그러나 그분의 마음은 온전히 아버지 하느님이 다스리셨다. 그 법은 사랑이고 봉사와 희생이 그 실천이었다. 가장 높은 분이 종이 되어 사람들을 섬기셨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완전한 법과 제도는 없다. 혹시 있다면 그것은 서로 사랑하는 것이다. 언제나 남을 먼저 생각하고 그를 위해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의 공동체에는 다른 법이 필요 없다. 그런 공동체는 상상만으로도 마음을 평화롭고 기쁘게 해준다.
그렇게 살겠다고 세상을 떠나 온 사람들이 모인 수도원도 그렇지 못한데 거친 세상 속에서 그런 공동체를 기대하는 것은 정말 어리석어 보일 거다. 예수님이 그렇게 바보 같았다. 예수님 이야기는 2천 년 전 옛날이야기가 아니다. 하느님은 살아계시고 어제나 오늘이나 같은 분이시니 성경은 오늘 여기서 사는 나와 우리에게 하시는 하느님 말씀이다. 우리는 회개해야 한다. 생각을 바꾸고 세상사는 마음의 태도를 바꾸어야 한다. 하늘나라가 바로 옆에 있기 때문이다. 믿든 안 믿든 하느님은 예수님을 통해서 이미 직접 우리를 다스리고 계신다. 예전에 그러셨듯이 예수님은 오늘도 우리를 섬기고 우리를 위해 목숨을 바치신다. 이것을 믿는다면 지극히 송구하고 고맙고 또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주님은 나를 다스리신다. 나라가 파란색이 되든지 빨간색이 되든지 상관없이 하느님은 믿는 이들, 당신께만 희망을 두는 모든 가난한 이들 안에서 당신의 나라를 넓혀 가신다. 나는 지금 여기서부터 온전히 그 나라 시민이 되고 싶다.
예수님, 오늘 또 하루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오늘 무슨 좋은 일을 하고 어떤 희생을 할까 계획합니다. 거기서 주님을 뵐 겁니다. 하지만 막상 실천하려면 언제나 고약한 녀석들이 제 앞을 막아섭니다. ‘그래 봐야 소용없어. 너만 손해야.’라고 말하며 기운 빠지게 합니다. 그 녀석이 그러거나 말거나, 설령 그 녀석 말이 맞는다고 해도 저는 주님처럼 섬기고 제시간과 노동을 내놓겠습니다. 그게 이웃에게 이로운지 잘 모르지만, 최소한 제 많은 죄에 대한 보속과 여기서 미리 당겨서 하는 연옥단련은 된다고 믿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아드님의 생각과 마음을 가르쳐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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