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스케치북

 

[이종훈] 나해 9월 14일(성 십자가 현양 축일) 십자가 사랑(+MP3)

나해 9월 14일(성 십자가 현양 축일) 십자가 사랑

예수님 오른 팔이 내려와 있는 십자가가 있다. 검색해보니 스페인 어느 작은 성당에 있는 십자가란다. 반복해서 큰 죄를 짓고 고해소를 찾는 교우가 있었는데, 그 날에는 본당사제가 그 사람이 습관적으로 고해소를 찾는 것 같다고 생각해서 사죄경을 해주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자 예수님이 당신 오른 팔의 못을 뽑고 직접 그의 이마에 십자가를 그어주셨다고 한다. 그리고는 그 사제에게 ‘그를 위해 피를 흘린 것은 그대가 아니다.’라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사제로서 마음 한 구석이 찔리고 그리스도인으로서 지극히 고마운 십자고상이다. 고해소에 고해사제의 수호자인 알폰소 성인과 고해자를 돕는 제라도 성인과 함께 정면으로 아주 잘 보이는 자리에 놓아두어야 할 고상이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 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 하느님께서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을 심판하시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아들을 통하여 구원을 받게 하시려는 것이다(요한 3,16-17).”

자주 들어 주님의 기도처럼 외울 수 있는 말씀이지만 깨닫지는 못했다. 그 십자고상에 얽힌 이야기 속의 사제의 마음을 이해한다. 고해소에서 어떤 때는 고해자를 통해 나의 죄 고백을 들어서 뜨끔할 때가 있는데 아직도 그런 모진 마음이 남아 있으니 나는 사제이기 전에 용서 받고 구원 받아야하는 한 죄인이다. 그래서 그에게 하신 예수님의 말씀은 꾸지람이 아니라 가르침이고 회개하라는 또 다른 호소이다.

유한한 인간이 무한하신 하느님의 마음을 알 리가 없다. 본성이 이기적인 존재가 이타적으로 살려하니 정말 힘들고 잘 안 된다. 신원과 직무가 그렇고, 또 그런 줄 알고 선택했는데도 잘 안 되는 걸 보면 인간적인 의지와 노력 또는 법과 제도만으로는 예수님을 따를 수 없나 보다. 광야에서 불 뱀에게 물려 죽어가던 이들은 모세가 나무에 매달아 놓은 구리 뱀을 쳐다보기만 해도 살았다(민수 21,9). 그들처럼 우리는 십자고상을 바라보기만 해도 힘을 얻고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된다. 부모님도 나를 무한히 사랑하고 돌보아주지 못했다. 사람이 아니라 하느님이 나를 구원하신다. 하느님은 나를 무한히 사랑하신다. 사람은 사랑의 대상이다. 그런 그들에게 기대하니 실망한다. 그러나 하느님은 끝까지 기대해도 된다. 아니 그분에게만 희망을 둔다.

예수님, 어렸을 때는 부모님이 하느님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저의 종이셨습니다. 이제 저에게 그런 종은 세상에 없습니다. 주님은 섬기러 오셨으니 이제 주님이 저의 종이 되어 주십니다. 제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해주시고 악에서 구원하여 주소서.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무서운 꿈을 꾼 아이에게 엄마 품이 곧 하느님입니다. 아드님을 안고 계신 그 모습에서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을 보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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