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해 10월 5일 손님으로 서 계신 주님
예수님은 손님으로 마르타의 집에 가셨다. 우주 만물을 지어 만든 로고스이신 말씀, 세상의 주인이 손님으로 이 땅에 오셨다. 그분은 다시 작은집에 손님으로 방문하셨다. 더 정확히 말하면 마르타가 그분을 모셔 들였다. 마르타가 초대하지 않았다면 예수님과 제자들은 또 한데서 밤을 지내야 하셨을 거다.
하느님은 주인이시면서 손님으로 나에게 오신다.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에게 그러셨던 것처럼 나에게 다가와 내 삶에 참여하며 내 인생길에 동행하신다(루카20, 15). 그리고 내가 당신을 붙잡고 초대해주기를 바라신다(루카 20,29). 나의 문 밖에 계신 분이 이렇게 말씀하신다. “보라, 내가 문 앞에 서서 문을 두드리고 있다. 누구든지 내 목소리를 듣고 문을 열면, 나는 그의 집에 들어가 그와 함께 먹고 그 사람도 나와 함께 먹을 것이다(묵시3, 20).”
예나 지금이나 손님맞이는 쉽지 않다. 손님이 낯선 사람이라면 더욱 신경 쓰인다. 그래서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자꾸 물어보게 된다. 마르타는 손님 예수님과 그 일행을 맞느라 분주했다. 그의 동생 마리아는 손님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누가 손님을 더 편하게 해주었을지는 분명하다. 마르타는 자기 식대로, 마리아는 손님이 바라는 대로 해주었을 거다. 마르타는 그렇게 너무 열심히 하다 보니 손님이 바로 앞에서 자기를 불러도 듣지 못했던 것 같다. “마르타야, 마르타야! 너는 많은 일을 염려하고 걱정하는구나(루카10, 31).”
문밖에 서 계신 그 손님이 나에게 원하시는 것은 회개다. 얼마나 바라시면 목숨까지 내어놓으셨다. 우주 만물이 당신의 것이지만 마음, 특히 의지만은 나에게 주셨다. 본래 당신 것이었으니 기다리다 지쳐 자물쇠를 뜯고 들어오셔도 할 말이 없을 텐데 그분은 문이 열릴 때까지 기다리신다. 문이 열리면 그분은 이미 내 집 구조를 다 아시는 듯 아주 편하게 자리 잡으신다. 손님이 편하면 집주인도 편하다. 그리스도 우리의 평화!
예수님, 마음은 저에게 주셨지만, 그것이 제게는 부담스럽습니다. 잘 다룰 줄 몰라 엉망이 되었으니 본래 주인이신 주님께 되돌려드립니다. 잘해보려고 하는데 그게 잘 안 됩니다. 그러니 주님께 되돌려드립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제 안에서 나지막하게 말씀하시는 아드님 목소리를 잘 알아듣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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