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해 11월 17일 세상사는 법
오늘 첫째 독서에서 듣는 한 어머니의 증언이 감동적이다. “너희가 어떻게 내 배 속에 생기게 되었는지 나는 모른다. 너희에게 목숨과 생명을 준 것은 내가 아니며, 너희 몸의 각 부분을 제자리에 붙여 준 것도 내가 아니다. … 그것을 마련해 내신 온 세상의 창조주께서, 자비로이 너희에게 목숨과 생명을 다시 주실 것이다. 너희가 지금 그분의 법을 위하여 너희 자신을 하찮게 여겼기 때문이다(2마카 7, 22-23).” 그는 일곱 아들에게 이렇게 말했고 그들을 하루에 다 잃었다. 일곱 아들을 잃는 것보다 하느님 법을 거스르는 것이 더 두려운 거다.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로 수고하는 엄마들에게는 서운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그의 말 중 틀린 데가 하나도 없다. 우리는 두 세포가 만나 어떻게 심장과 팔다리가 생기는지 모른다. 그 세포와 핏덩이를 뱃속에 품고 있을 뿐이다. 그 원리가 자연도 움직인다. 우리는 하느님이 우주 만물을 만들고 움직이신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 원리가 사람이 되신 분이 예수님이시다.
그 어머니는 막내에게 당부한다. “얘야, 너에게 당부한다. 하늘과 땅을 바라보고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살펴보아라. 그리고 하느님께서, 이미 있는 것에서 그것들을 만들지 않으셨음을 깨달아라. 사람들이 생겨난 것도 마찬가지다. 이 박해자를 두려워하지 말고 형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죽음을 받아들여라. 그래야 내가 그분의 자비로 네 형들과 함께 너를 다시 맞이하게 될 것이다(2마카 7, 28-29).”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로 하느님 말씀을 듣고 지킨다. 예수님이 곧 하느님 말씀이고 우리가 따르는 법이다. 부자나 가난한 이나 능력 있는 이나 무능한 이나 모두 같은 하나의 세례를 받았다. 예수님이 우리에게 주신 법은 당신이 하신 것처럼 원수까지 서로 사랑하는 것이고, 당신에게 해드리는 마음으로 가장 작은이들에게 잘 해주는 것이다. 이 두 계명을 유다인들이 이마와 손목에 써 붙였던 것처럼 마음속에 잘 새겨 간직한다. 잊어버리니까 자주 기억하고 외워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세상을 사는 근본원리이고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라는 명백한 표징이다. 그러면 예수님처럼 수고하고 고생은 좀 하겠지만 그렇게 살아 지금 여기서 우리가 받는 기쁨과 확신 그리고 마지막 날에 받게 될 영광에 비하면 그런 수고와 고생은 아무것도 아니다(로마 8, 18). 우리는 그 계명을 마음에 품고 잘 안 되고 잘 못해도 될 때까지 마지막 순간까지 노력한다.
예수님, 복잡한 세상을 이 두 가지 말씀으로 삽니다. 주님도 그러셨다고 생각합니다. 주님은 복잡한 분이 아니셨습니다. 그 계명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주님을 아직 완전히 신뢰하지 못해서 잘 못 지킵니다. 믿음이 부족하니 저에게 믿음을 더해주십시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영원과 무한을 응시하는 어머니의 눈빛을 따라 저도 같은 곳을 바라보며 살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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