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해 12월 4일(첫 토요일 성모신심) 엄마 하느님
육아에 지친 외국에 사는 딸이 엄마 보고 싶다고 해서 다녀오기로 했다. 이때쯤 되면 코로나가 좀 잠잠해질 줄 예상했었다. 딸과 손주를 보러 가는 것이 여러모로 어려울 것 같다고 연락했더니 딸은 아무 말도 못하고 울었다. 전화기 너머로 딸의 우는 목소리를 들으니 가슴이 미어지고 멀리 사는 딸이 원망스러웠다.
한 지인이 지난 며칠 사이 경험한 일이다. 그 딸에게는 집도 있고 사랑하는 자식과 성실하고 자상한 남편도 있고 살림살이도 괜찮다. 겉으로는 부족한 게 없어 보인다. 그런데 그는 엄마가 보고 싶다. 육아를 맡아 줄 사람이 아니라 지치고 외로운 자신을 온전히 내어 맡길 따뜻하고 안전한 가슴이 필요하다. 그 안에서는 나의 모든 것이 온전해지고 알 수 없이 부족한 부분이 다 채워질 것 같다. 사랑하는 남편에게도 다 말할 수 없었던 속내를 다 털어놓을 수 있다.
예수님은 모든 고을과 마을을 두루 다니시면서 회당에서 가르치시고 하늘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시며, 병자와 허약한 이들을 모두 고쳐 주셨다. 그분은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셨다. 그들이 목자 없는 양들처럼 시달리며 기가 꺾여 있었기 때문이다(마태 9, 35-36). 이스라엘에게는 잘 갖추어지고 세세하게 해석된 율법이 있었고 그것을 가르쳐주는 율법교사와 사제 그리고 그 율법을 직접 주신 하느님을 만나는 성전이 있었다. 그런데 그들은 불안했다. 어제처럼 오늘도 일상을 이어가는데 그냥 계속 이렇게 가면 되는 건지 속으로는 불안했다. 예수님은 그들의 속마음을 꿰뚫어 보셨다. 그래서 그들을 새롭게 가르쳐주시고 다치고 약해진 이들을 회복시켜주셨다. 하늘나라에서는 모두가 다 안전하고 온전하다. 그 하늘나라가 바로 그들 곁에서 그들 안에서 시작되었다고 보여주셨다.
예수님은 만화영화 주인공 머털도사처럼 분신술을 쓰고 싶으셨을 거다. 더 많은 사람에게 모든 이들에게 그렇게 해주고 싶으셨을 거다. 그래서 이곳저곳을 다니시며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고 선포하셨다. 연민이 당신의 안위를 돌보는 일을 잊어버리게 했다. 어디로 가야할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불쌍한 인간들을 위해서 하느님은 당신의 아들 예수님을 보내주셨다. 그분은 율법의 참된 의미를 알아들을 수 있게 말과 행동을 설명해주셨다. 치유와 구마를 통해 그분의 가르침은 이론이 아니라 실재라는 것을 보여주셨다. 그리고 그분은 사람들에게는 엄마 같은 하느님이 필요함을 확신하셨다. 다른 아버지들은 서운하겠지만 인정할 거다. 자신도 엄마가 그리우니까. 어쩌면 아버지 하느님은 이것은 모르셨을 것 같다. 예수님은 십자가 위에서 친구들을 당신 어머니에게 맡기셨다. 그 어머니에 그 아들이니 주님의 어머니는 주님이 하셨던 대로 가엾은 이들, 길 잃은 이들을 품어 안아주신다. 그 안에서 그들의 불안은 사라지고 온전해진다. 그리고 이 모든 게 참 좋으신 하느님이 해주신 일임을 알게 된다.
예수님, 저희는 엄마를 통해 하느님의 사랑을 배웁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엄마도 하느님은 아닙니다. 엄마는 지치지만, 하느님은 외아들까지 내어주셨습니다. 그분이 지금 내 안에 내 옆에 계십니다. 사실 가장 외로운 시간에는 엄마가 쉼터는 될 수는 있어도 진정한 도움은 못 됩니다. 오직 주님만이 저의 진정한 위로이고 구원입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이렇게 어머니를 부를 수 있어 좋고, 언제나 바른 길로 인도해주시니 고맙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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