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해 12월 6일 믿음
고해 사제의 수호자인 알폰소 성인은 형제들에게 설교대에서는 포효하는 사자처럼 말씀을 선포하고, 고해소에서는 어린 양처럼 고해를 들으라고 했다. 이는 설교를 통해서 최종적으로 청중들을 고해소로 인도하는 선교 방식이다. 그곳은 지옥 불에 대한 두려움에 질린 영혼이 아니라 한없이 자비로우신 하느님을 만나는 공간이다. 세상 그 어떤 심리치료 프로그램도 5분도 안 되는 시간 안에 게다가 그렇게 투박한 형식으로 한 사람에게 해방과 구원을 체험하게 해주지 못한다. 그것은 열린 영혼이 하느님의 자비를 만난 결과다.
고해 사제는 절대로 고해자에게 화내거나 야단치지 말아야 한다. 잘 준비되지 않은 고백을 들을 때도 짜증내면 안 된다. 고해자는 무방비 상태로 맨살을 그대로 그리고 아픈 상처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먼저 고해자를 위해 피를 흘린 분은 고해사제가 아니라 주님이시기 때문이다. 하느님은 당신이 이미 용서하셨음을 고해자가 알게 되기를 그리고 당신을 믿어 사랑하기를 간절히 바라심을 고해 사제는 잊지 말아야 한다.
기도할 때도 고해할 때처럼 솔직하고 무방비 상태가 되어야 한다. 솔직해지는 게 집중보다 더 중요하다. 그것은 들것에 실려 지붕에서부터 예수님 앞으로 내려진 그 중풍 병자의 처지와 같다. 그렇게 그는 거기 모인 모든 사람에게까지 자신의 상처와 치부를 고스란히 다 드러냈다. 그 시대 사람들은 질병은 죄의 결과라고 여겼으니 그 장면은 중풍이 들 정도로 큰 죄를 저질렀다고 고백한 것과 같다. 죽고 싶을 정도로 부끄럽고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을 거다. 예수님은 아무런 대화도 없이 그 즉시 그에게 “사람아,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루카 5, 20).”라고 선언하셨다.
예수님은 당신을 보내신 분, 아버지 하느님이 무엇을 바라시는 지 잘 아셨다. 하느님은 어느 광고 문구처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용서하신다. 예수님이 그대로 하셨다. 복음서에는 그 친구들의 믿음을 보시고 그러셨다지만 그들은 그 중풍병자의 믿음을 대변했다. 용서받고 온전해지는 데 그가 한 일은 예수님을 믿은 것뿐이다. 그들은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과 자비를 믿었다. 그의 뉘우침과 보속 혹은 선행이 아니라 그의 믿음으로 의롭게 되었다(로마 3, 28). 하느님을 책으로만 아는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은 그런 용서를 믿을 수 없었지만, 예수님을 믿었던 중풍병자는 실제로 용서받았고 온전해졌다. 사실 그에게는 그런 식이 아니면 용서받을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리고 나도 마찬가지다.
예수님, 가림막이 있는 고해소도 아닌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는 제 안에서 주님과 만나는 시간에도 솔직해지는 게 어렵습니다. 주님 말씀, 사랑과 자비의 하느님을 아직 믿지 못하는 겁니다. 믿음을 더해 주십시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어머니처럼 하느님 말씀을 신뢰하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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