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훈] 12월 12일(대림 제3주일 자선주일) 기쁨과 감사(+MP3)

12월 12일(대림 제3주일 자선주일) 기쁨과 감사

“형제 여러분, 주님 안에서 늘 기뻐하십시오. … 주님께서 가까이 오셨습니다. … 어떠한 경우에든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도하고 간구하며 여러분의 소원을 하느님께 아뢰십시오. 그러면 사람의 모든 이해를 뛰어넘는 하느님의 평화가 여러분의 마음과 생각을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지켜 줄 것입니다(필리 4,4-7).” 늘 기뻐하고 어떤 처지에서도 감사하라는 바오로 사도의 권고다. 바오로 사도는 선택됐고 특별한 하느님 체험을 했으니까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거라고 치부할 수 있다. 그런데 이 편지가 복음 때문에 감옥에서(필리 1,13-14) 재판과 형벌을 앞두고 쓴 거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그 권고는 우리에게 도전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상황 속에서 어떻게 기쁘고 감사할 수 있었을까.

하느님은 사람들을 통해 당신 말씀을 전하셨고 구세주의 탄생을 예고하셨다. 그들의 말뿐만 아니라 행동과 삶 전체로서 그렇게 하셨다. 세례자 요한은 그의 탄생과 선포 그리고 죽음까지 자신의 삶 전체를 통해서 구세주를 예고했다. 구세주를 맞이하고 죄의 용서를 받기 위해 회개하라고 외쳤다. 그의 특별한 삶의 모습, 실제로 오직 하느님께만 의존해서 사는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물었다. “그러면 저희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루카 3,10)”

요한의 대답은 특별하지 않았다. 두 개 가졌으면 하나도 없는 이에게 주고, 세리는 정해진 규칙대로만 세금을 걷고, 군사들은 무력으로 사람들을 괴롭히지 말고 봉급에 만족하라는 것이다. 구세주를 맞이하는 준비, 다시 오시는 주님 앞에 서기 위해서 어떤 특별한 준비가 필요하지 않다. 그것은 통렬한 뉘우침과 영웅적인 선행과 희생이 아니다. 이미 알고 있는 윤리대로 살고 삶의 조건이 허락하는 한에서 어려운 이웃을 돕는 거다. 신비로운 깨우침이나 특별한 삶의 방식이 필요한 게 아니다. 이보다는 참 좋으신 하느님이 살아계심을 의심하게 하는 세상 속에서 끝까지 그분을 믿고 복음의 가치대로 살고, 거기에 더 해 늘 기뻐하고 모든 경우에도 감사하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고 도전이다. 불의한 이들이 더 잘 살고 의롭게 살려는 이들은 고생하는 현실이 우리를 움츠러들게 하고 복음의 길 앞에서 머뭇거리게 한다. 많은 하느님의 사람들이 그랬고 세례자 요한이 그리고 예수님이 그러셨던 것처럼 그렇게 살면 나도 그렇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요한 세례자는 옳은 말만 했지만 헤로데 임금의 자존심 때문에 불의하게 처형당했다. 성경에는 나오지 않지만 그는 기뻐했을 거다. 구세주 오심을 예고하는 것이 자신 인생의 목적임을 알고 있었고, 그의 예고대로 예수님도 그렇게 처형되셨다. 바오로 사도는 옥중에서 이렇게 썼다. “대부분의 형제들이 내가 갇혀 있다는 사실로 말미암아 주님 안에서 확신을 얻고, 두려움 없이 더욱 대담하게 말씀을 전하게 되었습니다(필리 1,14).” 세상은 참 이상하다. 의로움과 선함을 추구한다면서 정작 그렇게 사는 이들을 박해한다. 옳은 말만 하는 사람을 싫어한다. 이미 배운 것, 그 전에 우리 모두 결정한 사실을 일깨워주는 이를 미워한다. 그들의 말을 듣기 싫어한다. 이렇게 불의한 세상에서 의로운 이들이 박해받음은 당연하다. 그래서 어쩌면 박해받음은 자신이 의로운 길에 서 있다는 표지가 될 수 있다. 그들은 기쁘고 감사한다. 주님 맞을 준비가 됐고 주님이 자신과 함께 계심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복음의 증인이 되어간다.

예수님, 십자가의 길은 진리에 이르는 길이고 구원받는 길입니다. 그 길을 걷는 이들의 어깨는 짓눌리지 않고 그 마음은 어둡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도 그 길을 따라 걸으며 늘 기뻐하고 어떤 경우에도 있는 힘을 다해서 감사하겠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하느님은 이스라엘에게 스스로 그들의 하느님의 되어주셨고, 이제는 당신을 모든 그리스도인의 어머니가 되게 해주셨습니다. 그래서 어머니는 저희를 영원히 도와주시겠다고 스스로 약속하셨습니다. 기쁘고, 감사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