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스케치북

 

[김혜선 아녜스] “여인아, 너는 병에서 풀려났다.” (루카13,12)

“여인아, 너는 병에서 풀려났다.” (루카13,12)

 

주님,

저는 죄를 지었나이다.

 

열여덟 해 동안

저의 죄가 무겁게 

제 허리를 짓누르고 있었나이다.

 

제 육신의 휘어진 등허리는

한시도 펴지질 않고

제 영혼은 늘 어딘가에 묶여서

고정된 시선으로

그저 아래만 바라보고 살았나이다.

 

이렇게 숨이 막히는 세상

한이 깊어서 

훌쩍 등져버리고 싶은 날도 많았지만,

 

당신께서 저를 부르시던 그 날,

사람들이 수군거리던

그 안식일에 저는

잃어버렸던 제 희망을 되찾았나이다.

 

제가 죽음의 올가미에서 풀려나

허리를 받쳐 들고 흘리던 

기쁨의 눈물을

주님, 당신은 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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