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스케치북

 

[김대열] 20130908 연중 제23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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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9월8일 연중 제23주일 복음묵상

 

‘저 사람은 세우는 일을 시작만 해 놓고 마치지는 못하였군.’ 할 것이다. (루카14,30)

 

오늘은 섭리(攝理)라는 말과 함께 개인적인 고백을 해보련다.

 

참으로 많은 계획들 안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것이 우리의 삶이다.

실천한 계획과 실천하지 않거나 못한 계획 중 어느 것이 더 많을까?

물론 계획의 내용에도 경중(輕重)은 있기 마련이다.

스스로에게도 관대한 점수를 매기지 못할 것 같다.

 

지천명(知天命)이라는 나이를 넘어선 지금, 지나간 시간을 뒤돌아보니,

스스로 세운 계획보다는 그분의 뜻에 의해 움직여졌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고향을 떠나 이렇게 살게 되리라고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더욱이 선교적 삶을 살게 될 것이라는 생각은 추호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일본이라는 나라에 오게 되었고,

삼십 개국이 넘는 국적의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공동체에서 사목을 하고 있다.

그분의 섭리였다는 고백 이외에는 달리 설명할 방도가 없다.

 

왜 나름대로, 삶의 방향에 대한 계획이 없었겠는가?

하지만, 그분께서는 나를 이런 방향으로 이끌어주셨다.

사실 한 번도 내가 욕심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걸어온 길을 돌아볼 때, 나의 계획에는 늘 인간적인 욕심이 섞여있었음을 인정하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욕심이 옳지 않았다면 하느님께서는 예외 없이 꺾어주셨음을 체험한다.

 

앞으로도 어떤 방향으로 나의 삶이 전개될지 알 수 없다.

다만 그분께서 이끌어주실 것을 믿고 따를 수 있는 은총을 청할 뿐이다.

 

어떨 때는 이렇게 살아야만 하는 형편이 불편할 때도 있다.

하지만, 나의 어리석음에 모든 것을 걸 수는 없다.

그분의 섭리, 그분의 이끄심에 응답하는 삶이 가장 나답게 살 수 있는 길임을 믿어야 한다.

 

물론, 섭리에 대한 이해는 늘 과거형일 수밖에 없다.

즉 지난 후에 깨닫는다는 뜻이다.

그러기에 하느님에 대한 신뢰가 우선적으로 요구된다.

잘 살고자 하는 마음과 실천에 대한 노력이 있는 한, 그분께서는 가장 좋은 길로 우리를 이끄실 것이라는 믿음이다.

 

‘뒤돌아보니 발자국마다 은총이었다’는 오래 전 작고한 어느 목사님의 고백이 우리 모두의 고백이 되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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