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스케치북

 

[김대열] 20130919 한가위

486f030438b6092a0fef05e50cb1bf80_1493276916_1173.jpg 

2013년9월19일 한가위 목요일 복음묵상

 

“어리석은 자야, 오늘 밤에 네 목숨을 되찾아 갈 것이다. 그러면 네가 마련해 둔 것은 누구 차지가 되겠느냐?” (루카12,20)

 

하나.

한가위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일년 중 가장 크고 밝은 모습을 한 보름달을 바라보며, 오랜 역사 동안 이어져 온 희망을 담은 민속 기도이다.

 

어떤 희망이 담겨있었을까?

먹을 것 귀하던 시절 어린아이들은 온 동네가 잔치 분위기에 맛난 음식 먹을 수 있고 동무들과 쥐불놀이를 하며 가을걷이 끝난 논밭을 뛰어다니며 놀 수 있는 이런 날이 매일 계속 되었으면 하는 동심의 소망이 깃들여 있었으리라.

농민들과 어민들은 한 해 거두어들인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과 결실에 대한 자축의 마음, 그리고 다음 해에 대한 희망의 마음을 담고 있었으리라.

늙은 부모들은 제 살길 찾아 흩어져있던 자식들이 모인 기쁨에 마냥 기쁠 수밖에 없는 이런 날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었으리라.

이처럼 각기 다른 처지에서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휘영청 밝은 한가위 보름달을 머리 앞에 두고 빌었을 것이다.

우리는 무엇을 담은 기도를 드려야 할까?

 

둘.

완벽한 원을 만들고 환하게 비치는 달을 보며 생각한다.

그 보름달도 늘 그랬던 것처럼, 크기를 줄여가며 사라져 갈 것이다.

깜깜한 밤하늘만을 남긴 채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다시 조금씩 크기를 만들어가며 둥근 달로 변해 간다.

 

문득 우리 인생과 참 많이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둥근 달을 우리 삶에 대한 만족의 시간이라고 생각해보자.

그리고 달이 그 모습을 보이지 않는 깜깜한 밤을 우리의 어둠의 시간이라고 하자.

꽉 찬 보름달만을 바라보는 것도 깜깜한 밤하늘만 바라보는 것도 어리석음이다.

보름달에 마냥 기뻐하고 어두운 밤에 마냥 슬퍼하는 것은 너무도 동물적인 반응이다.

 

달의 움직임을 이해하듯이 신앙은 삶 전체를 읽게 하는 힘이다.

꽉 찬 달은 기울어지다가 사라질 것이고, 다시 모양을 찾아 돌아올 것을 아는 평범한 지혜를 의식하게 한다.

삶의 어려움에 부딪쳤을 때 절망보다는 희망을 선택한다.

삶의 환희에 쌓여있을 때 교만보다는 감사와 타인의 어려움에 마음을 기울인다.

우리 모두 그러한 신앙을 가졌음을 기억해야 한다.

 

셋.

한가위는 가을걷이의 결과에 상관없이 하늘에 감사하고, 먼저 가신 어른들을 기억하고, 살아있는 자들이 희망을 갖고 결심을 다지고자 하는 삶의 지혜에서 만들어진 날이다.

이 세 가지 뜻이 이루어지는 오늘이기를 진심으로 청한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