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11월2일 위령의 날 토요일 복음묵상
“그러니 깨어 있어라. 너희가 그 날과 그 시간을 모르기 때문이다.” (마태오2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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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을 기다리는 열 처녀의 비유이다.
다섯은 지혜로웠고, 다섯은 어리석었다 한다.
어리석었던 처녀들은 기름이 없는 등을 들고 있었고, 지혜로운 처녀들은 졸지도 않고 등에 기름을 넣어 언제든지 신랑이 오면 맞이할 차비를 하고 있었다.
결국 신랑과 함께 혼인잔치에 들어간 처녀들은 다섯 명의 지혜로운 처녀들이었다는 비유이다.
그러니 깨어있으라 하신다. 그 날과 그 시간을 모르기 때문이라 하신다.
오늘은 위령의 날이다.
오늘은 본당 가족들과 함께 오전 10시부터 성당 묘지에 모여 미사를 봉헌한다.
내가 이곳 본당으로 온 이래 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한 번도 예외 없이 해마다 맑은 가을 하늘 아래서 위령미사를 봉헌했다.
200킬로 이상 떨어진 후지산(富士山)이 선명하게 보일 정도의 맑음이었다.
오늘도 아름다운 가을 하늘 아래서 미사를 드리게 될 것이다.
묘지에서 드리는 미사 중 특별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강론 후에, 각 묘지를 일일이 돌면서 성수를 뿌리고 향을 친 후, 묘지의 주인들의 영혼을 위해서 기도 드리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일본은 가족 납골 문화를 가지고 있다. 그러니 묘지 하나에 돌아가신 가족들의 유골이 함께 모셔져 있음이다.
비석에 적힌 이름들을 보며, 침묵 가운데 영혼들을 위한 기도를 바친다.
함께 미사에 참례한 모든 이들이 한 마음으로 기도를 한다.
이렇게 성당 묘지에 잠든 모든 이들을 위해 똑 같은 과정을 반복한다.
묘지 앞에 선 이들의 마음은 누구나 한결같다.
떠나간 이들과 가졌던 시간을 회상하고 그리워하고 그 영혼들을 위해 기도하는 마음이 된다.
동시에 언젠가는 자신 역시 이러한 모습으로 묻히게 될 것을 생각한다.
50이 넘은 지금, 어렸을 적부터 알았던 이들 중, 살아있는 사람보다는 죽은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
가깝게는 내 아버지, 조부모, 외조부, 외조모를 비롯한 집안의 어른들을 시작해 참 많은 이들과 죽음이라는 이름으로 헤어졌다.
이곳 성당 묘지에도 직접 병자성사와 장례미사를 집전하고 보내드린 이들도 묻혀있다.
세상을 떠난 이들 중에는 예수님 말씀대로 깨어있었던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고, 끝내 준비 없이 떠난 사람들도 있으리라.
지혜로운 처녀들처럼 우리도 깨어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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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딱딱한 내용이지만, 우리가 알아두어야 할 정통 교리 한 가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가톨릭 교회는 전통적으로 연옥(煉獄: Purgatorium)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있다.
대죄(大罪)를 지은 사람은 곧바로 지옥으로 가지만, 대죄를 모르고 저지른 영혼이나, 소죄(小罪)를 지은 영혼들은 연옥에서 잠벌(暫罰)의 정화과정을 통해서 정화되어 천국으로 들어간다고 가르친다.
잠벌(暫罰: Poena temporalis)이란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 잠시 당하는 벌을 말한다.
즉, 연옥에서 잠시 받는 벌을 의미한다.
이는 우리가 비록 고해성사를 통해서 용서를 받는다고 해도 잠벌은 남아서 연옥에서 그 과정을 거치고 난 후 천국으로 들어간다고 정통 교리는 말하고 있다.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우리가 죽은 자들을 위한 기도나 미사는 연옥영혼들에 한하고 있다.
지옥으로 간 영혼이나 천국으로 간 영혼은 우리의 기도가 미치지 않는다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세상을 떠난 영혼이 이미 천국으로 갔을지, 지옥으로 갔을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죽은 이들이 아직도 연옥에서 정화의 과정을 거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정하에 미사도 드리고 기도도 드리는 것이다.
그래서 위령미사(慰靈Missa)를 과거 한국 천주교회에서는 연미사(煉Missa)라 했던 것이다.
말 그대로 연옥에 있는 영혼들을 위한 미사이다.
“가보지 않고서야 누가 알겠는가?”
어쩌면 상식적이고 자연스러운 질문이다.
그리고 이에 대해 논리적으로 답변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순수한 마음으로 교회의 가르침을 믿는다.
하지만 이러한 교리에 앞서 참 행복을 위해서 열심히 살아야만 된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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