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스케치북

 

[김대열] 성 베드로 사도좌 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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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2월22일 성 베드로 사도좌 축일 토요일 복음묵상

 

“너는 베드로이다.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울 터인즉, 저승의 세력도 그것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 19 또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마태오16,18_19)

 

베드로 사도는 어떤 사람이었던가?

성서 전반에 이야기되는 베드로라는 인물의 성격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묘사가 가능하겠지만,

나는 늘 그분을 떠올리면 ‘약함’, ‘비겁함’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여러 차례 베드로의 예수님에 대한 고백이 나온다.

“당신께서는 살아계신 하느님의 아들이십니다. 그리스도이십니다. 어디까지라도 당신을 따르겠습니다.” 등등.

 

하지만 그러한 고백과는 정반대의 모습을 너무 자주 보여준 베드로 사도.

수제자로서는 그리고 하늘나라의 열쇠를 맡기기에는 너무도 부족해 보이는 인물.

누구보다도 예수님을 잘 이해할 수 있었던 조건이었고,

그에 어울리는 고백을 수 차례 한 당사자임에도 늘 예수님께 드렸던 행동은 배신이었다.

여러 가지 사건이 있었지만,

베드로 사도가 새벽닭이 세 번 울기 전에 세 번을 배신할거라는 예수님의 예언이 실현된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예언이 실현된 사실을 깨달은 베드로 사도는 몹시 울었다고 성서는 전한다. (마태 26,75)

아마도 후회와 뉘우침의 눈물이었을 거다.

 

그런데 그 다음 베드로 사도는 어찌하였는가?

참된 뉘우침과 동시에 골고타 언덕을 오르시는 예수님의 십자가의 길에 동행을 하였던가?

아니었다.

성서 어디에서도 베드로가 예수님의 십자가의 길에 동행했다는 구절은 없다.

오히려 그가 보여준 행동은 역시 어딘가에 숨어서 자신의 비겁과 나약함을 안고 울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예수님의 부활사건 역시, 막달라 여자 마리아에 의해서 전달 받게 된다.

 

이렇게 약한 인간 베드로에게 예수님께서는 왜 하늘나라의 열쇠를 맡기셨을까?

솔직히 개인적으로 성격이 참 안 맞는 양반이었다.

소위 말하는 사내다운 면모가 전혀 보이지 않는 인물.

 

하지만, 여기서 엄청난 하나의 희망이 도출된다.

이 세상에 과연 베드로에게 손가락질 할 자격이 있는 이가 얼마나 될까?

내 자신을 보아도 수없이 예수님의 마음을 아프게 해드렸고, 지금도 그러고 있는 삶일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우리 모두는 베드로 사도가 보여주었던 비겁함을 가지고 있다.

쉬운 말로 약하다는 뜻이렷다.

 

그렇다. 예수님께서는 누구보다도 우리의 약함을 아셨다.

그리고 그 약함을 선택하셨다.

약한 이들에게 진정한 희망이 되어주신 것이다.

 

자신의 약함을 체험하지 않고는,

자신의 모자람을 처절히 인정하지 않고는

그 어느 누구도 참된 강함으로 나아갈 수 없다.

즉, 하느님께로 나아갈 수 없음을 깨닫게 해주시려는 그분의 기가 막힌 메시지가 여기에 있다.

 

베드로 사도의 마지막 삶의 여정을 살펴보자.

예수님의 부활 이후 그리고 성령강림으로 인해, 이전과는 너무도 다르게 담대해진 베드로 사도께서는

참된 회개의 의미를 몸으로 체험했고, 순교의 길을 당당하게 걸으신다.

감히 예수님처럼 십자가에 죽는 것이 송구스럽다며 거꾸로 십자가에 매달려 처형되신 이야기는

우리 모두에게 진한 감동을 주는 사건이었다.

 

“주님 저는 죄인입니다. 저에게서 떠나가 주십시오!”를 외치며 나약함을 보였던 베드로 사도.

그러한 베드로를 선택하신 예수님이시기에, 우리는 그분을 참된 하느님이라 고백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20130222)

 

오늘 복음은 베드로 사도좌 축일을 맞이해서, 이틀 전 마르코가 전한 복음과 같은 내용을 마태오가 전하고 있습니다. 이미 작년의 이 묵상을 읽으신 분들께서 계시겠지만 다시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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