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스케치북

 

[김태근-아카시아꽃이 활짝 폈네11] 누와라 엘리야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를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지…

 

평생을 차분하고 정숙하게만 살아온 할머니가 계셨다.

어느날 문든 깨달은 바가 있어,

“나도 이젠 ‘박진감’ 넘치는 인생을 살고 싶어”

굳게 다짐하고서는 손자를 앞세우고 동굴 탐험을 나서시는데

얼마쯤 지났을까…

어둠이 걷히면서 천장에 매달린 박쥐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그러자 이를 보며 하신 할머니의 한 말씀..

“저거이 저..박진감?”

 

지금 저 나무에 주렁 주렁 달린 것은 다름 아닌 박쥔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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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플랫폼에 오른다

방향만 잃지 않는다면 어디를 먼저 가던 크게 상관 없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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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향하는 곳은 스리랑카의 대표적인 차 생산지로 ‘빛의 도시’라는 의미의 누와라 엘리야다. 

1,868m 고원의 홍차 향기 가득한 누와라 엘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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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를 정했냐구요? 아니요…

그저 두발 가는 데로 나도 따라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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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닌데

이내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것은

그것은 꽃을 보았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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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그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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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미사에 참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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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는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그분의 의로움을 찾아라. 그러면 이 모든 것도 곁들여 받게 될 것이다.” (마태오 6, 33).

그래서일까

허기진 배를 어찌 아시고선 이렇게 빵도 나누어 주신다

안토니오 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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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이 성당은 먼저 소개된 캔디 교구 소속의 St. Xavier’s Church 성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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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누와라 엘리야를 좀 더 둘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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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떠나올 때 읽었던 시 가운데

신경림 시인의 정릉동 동방주택에서 길음시장까지라는 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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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릉동 동방주택에서 길음시장까지

이것이 어머니가 서른해 동안 서울 살면서 오간 길이다

하며 시작되는 이 시는

어려서부터 집에 붙어있지 못하고

미군부대를 따라 떠돌기도 하고

친구들과 어울려 먼 지방을 헤메면서 어머니가 본 것의 수천 배 수만 배를 봐 왔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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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떠나시고 어머니가 다니던 길을 홀로 걸어보니

그렇게 멀리만 다니면서 내가 본 것 보다

내가 볼 수 없던 더 많은 것을 어머니가 보셨겠구나

비록 서른 해 동안 어머니 오간 길은 이곳 뿐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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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며 깊이에 대한 여운을 남기는 시다.

 

문득 이 여행을 넘어 생이라는 여정에 대해 생각해 본다

내가 한 일이 다 무엇인가?

많은 곳을 다니고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것을 보고

많은 일을 겪었을 뿐 그 뿐 오직 그 뿐 이라면

 

서두르게 보느라 놓친 게 참 많았을 터 오늘은 좀 깊게 보는 은혜를 청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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