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선 아녜스의 말씀이 시가 되어

[김혜선 아녜스] “그러면 누가 저의 이웃입니까?” (루카10,29)

김혜선

“그러면 누가 저의 이웃입니까?” (루카10,29)

 

내가 고통 중이었을 때,

나의 이웃은

 

나와 나의 고통을 정면에서

똑바로 쳐다보지 않고

옆에 서서 함께 바라보다가

돌아설 때 눈물을 훔치는

그런 사람들이었네.

 

만나면

호들갑스럽게 나를 반기지도 않았고

많은 말을 하지도 않았으며

그냥 내 얘기를 묵묵히 들어 주었네.

 

받고 싶지 않은 전화나

피하고 싶은 나의 눈길을 굳이 마주치려 애쓰며

내 심기를 불편하게 하지도 않았고

좋은 글이나 음악으로만

마음을 전하곤 하였네.

 

가끔씩 우리 집 문 앞에는

굳이 이름을 밝히지 않은

꽃이나 과일이 놓여 있었고

죽이 놓여 있었고

오이 몇 개, 한 보따리의 버섯...

 

이렇게 하느님을 닮은 사람들이

나에게 베풀어 준 자비가

나의 고통을 지그시 눌러주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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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혜선 아녜스

 

성경 ⓒ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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