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자선을 베풀 때에는 오른 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라.” (마태6,3)
몇 년 전 수술을 받던 날,
가족과 작별하고
침대에 실려
수술실로 가는 길이
사형수가 마지막으로 걸어간다는
그린마일처럼 다가왔었네.
마치 누군가의 손에 붙들려
하느님 대전으로
끌려가는 것 같은 초조함으로
마지막 기도를 올리며
지나온 삶에 용서를 청했네.
마취가 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데, 문득
살아오는 동안 내가 행했던
숨겨진 선행들만이 하나씩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면서
주님께서 함께 계신다면
죽음의 골짜기를 간다 해도
두려울 것이 없다는 생각으로
깊은 잠에 빠졌네.
그리고 그날 이후로
나는 깨닫게 되었네.
주님께서는
우리가 남모르게 베푼 선행만을
기억하고 계신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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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혜선 아녜스
성경 ⓒ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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