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2일 주님과 친해지기
기도는 주님과 나누는 대화라고 한다. 여기서 대화는 둘 사이의 관계를 의미한다. 관계가 친밀하면 대화는 진실하고, 진심으로 진실하게 나눈 대화는 둘 사이를 더욱 친밀하게 만든다. 결국 기도의 핵심은 진심, 거짓 없고, 치장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마음이 되는 거다. 첫 인간은 선악과를 따 먹고 하느님 앞에서 알몸인 게 두려워서 숨었지만, 예수님을 아는 우리는 숨지 않는다. 사실 숨을 곳도 없다. 그때 하느님이 아담을 못 찾아서 부르신 게 아니었음을 안다.
대화라고는 하지만 사실 독백이거나 1인 2역이다. 그러다 보니 예수님의 역할은 상상 속에서 만들어진 허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나는 진짜인가? 이상하지만 나도 나를 잘 모른다. 내 마음이라고 하면서 자신도 잘 모른다. 그래서 상담사란 직업이 생겨났을 거다. 예수님의 역할은 내게 심어진 하느님의 이미지에서 만들어진다. 그러면 나는? 잘 모르겠다.
이렇게 이상하게 시작한 대화는 점점 나의 진심을 드러낸다. 무장한 전사가 그의 무기와 방패를 내려놓게 하고 두껍게 입은 갑옷을 벗긴다. 위선의 옷들이 하나둘씩 벗겨진다. 알몸이 되는 건 부끄럽고 두려운 일이다. 이것들을 견디고 이기는 방법은 내 안의 거짓 하느님 이미지를 벗기는 거다. 하느님은 참 좋으신 분이고, 아들까지 아낌없이 내어주신 분이니까 우리가 부끄럽고 두려워해야 할 것은 알몸이 아니라 위선이다.
기억을 더듬으니 부모님과 형제들이 한집에서 살 때는 서로에게 부끄러움이 없었다. 속옷 바람으로 집안을 돌아다니고 화장실에서 휴지 갖다 달라고 소리 지르고 그랬다. 예수님은 우리와 바로 그런 관계가 되기를 바라신다. 그보다 더 친밀해지기를 바라신다. 가족끼리도 부부 사이도 숨기는 게 있지 않은가. 그런데 우리는 땅으로 내려오시고 죽음의 세계까지 따라오신 그분을 내 밖으로 내보내고 하늘로 다시 밀어 올린다. 하느님은 우리와 정말 친해지고 싶어 하시는 데 우리가 그러면 하느님은 정말 마음 아프시겠다.
주님, 사랑하면 그의 말을 듣고 따릅니다. 주님을 사랑하면 주님 말씀을 듣고 그대로 살 겁니다. 안 그런 걸 보니 아직 주님을 사랑하지 않거나 주님과 친하지 않은 겁니다. 어쩌면 혼자만 친하다고 착각했을지도 모릅니다. 오늘부터 다시 주님과 친해지려고 노력합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아드님과 친구를 넘어 형제가 되게 이끌어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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