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1일(성녀 클라라) 영원에 이르는 길
중국에서 강진으로 천혜의 비경을 간직하고 있던 곳들이 하루 만에 폐허가 되어 버렸다. 눈에서 멀어지니 마음에서도 멀어져 영원하리라던 사랑과 우정도 사그라진다. 한 번 사제는 영원한 사제이고, 죽는 날까지 수도자로 살겠다는 굳은 맹세도 지켜지지 못한다. 예수님도 아주 짧은 시간 동안만 살다 떠나가셨다. 영원하신 하느님도 살해했던 이 땅에서 어떻게 영원한 것을 찾을 수 있겠는가? 그런데도 영원한 것에 갈증은 도무지 해소되지 않는다.
하느님께서 인간을 빚어 만드실 때 그 진흙 인형에 당신의 숨을 불어 넣으셔서일까, 아니면 영원에 대한 갈증을 넣어 진흙 반죽을 만드셔서 그런 것일까, 찾을 수 없는 영원을 갖고 싶은 바람이 사그라지지 않는다. 왜 그럴까? 아마도 무거운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 곳, 나의 영혼을 안심하고 내어 맡길 수 있는 곳, 죽음의 두려움에서 해방된 곳을 찾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느님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땅을 약속하셨다. 그 땅은 분명 어떤 특정한 지리적인 장소가 아닐 것이다. 지진으로 하루 만에 그 아름다움을 잃어버릴 수 있는 곳에 내 목숨을 내어 맡길 수야 없지 않은가? 그 땅은 하느님 나라이고, 예수님과 맺는 친교이다. 혹여 나는 그분에게서 멀어질지 몰라도 그분은 결코 우리를 버리지 않으신다. “여인이 제 젖먹이를 잊을 수 있느냐? 제 몸에서 난 아기를 가엾이 여기지 않을 수 있느냐? 설령 여인들은 잊는다 하더라도 나는 너를 잊지 않는다(이사 49,15).”
누구나 결국 그분을 뵙게 된다. 어떤 이들에게는 그날이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지는 것보다 더 두려운 시간이겠지만, 다른 어떤 이들에게는 기대 가득 찬 시간이 될 것이다. 여쭤 볼 것도, 따질 것도 많고, 고마움과 사랑을 확실하게 표현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 때문이다. 모세는 백성에게 이렇게 말했다. “너희는 오늘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그분의 규정과 계명들을 지켜라. 그래야 너희와 너희 자손들이 잘되고, 주 너희 하느님께서 너희에게 영원토록 주시는 땅에서 오래 살 것이다(신명 4,40).” 그리고 예수님은 “사람의 아들이 아버지의 영광에 싸여 천사들과 함께 올 터인데, 그때에 각자에게 그 행실대로 갚을 것이다(마태 16,27).”라고 하시며 그 날에 벌어질 일들을 미리 알려주셨다. 오늘도 해야 할 일, 만나야 하는 사람이 있고,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도 벌어질 것이다. 모두 내가 짊어져야할 것들이다. 나의 영혼을 사랑하고, 나를 빚으신 하느님을 사랑하며 그것을 짊어지고 주님의 뒤를 따라간다. 그 길을 따라가면 이 세상에는 없는 영원한 곳에 다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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