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6일 공동체 삶
우리는 공동체 안에서 산다. 그 구성원에 따라 공동체의 모습과 색깔이 만들어진다. 그 안에서 사는 나는 그 공동체를 닮고 그 색으로 물든다. 하느님도 세 분이 공동체로 사신다. 세 분이지만 한 분으로 사신다. 예수님은 곧 하느님의 뜻이고, 그분의 마음, 말, 결정, 행동은 모두 성령의 일이다.
나는 한 공동체의 구성원이지만, 내 안에도 공동체가 있다. 이 사람, 저 사람, 사랑하는 사람, 떠난 사람, 그리운 사람, 어려운 사람, 두려운 사람, 미운 사람들과 함께 산다. 내 안에서 사는 그들은 내 눈 앞에 있는 실제 그 사람들이 아님이 분명하지만, 실제 공동체보다 내 안에 있는 그 공동체가 나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내가 부르기만 하면 그 즉시 예수님도 그 공동체의 일원이 되신다.
그렇게 초대된 예수님은 나와의 만남이 반갑고 익숙하시겠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그분은 나를 완전히 아시고 사랑하시지만 나는 그렇지 않고, 그분은 나와 공동체를 영으로 만나시지만 나의 만남은 거의 다 육적이기 때문이다. 나는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고, 느끼며 그들을 만나기 때문에 말도, 생각도, 느낌도 없는 영적인 만남이 익숙하지 않다. 그리고 언제나 진리를 따르고 은총 안에 머물기도 쉽지 않다. 이런 딱한 현실 속에서도 예수님과 한 공동체를 꾸준히 이어가는 길은 하느님을 기쁘시게 해드리겠다는 지향을 갖는 것이고, 그 지향을 날마다, 시간마다 새롭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나도 그분의 모습과 색을 입어가고, 내 공동체도 그렇게 될 것이다.
“예수님, 주님은 용서와 사랑이 쉬우실지 모르지만 제게는 그렇지 않습니다.
용서와 사랑만이 진정한 평화와 자유의 유일한 길임을 잘 알면서도 그렇게 하지 못하고, 죄의 유혹은 달콤하지만 그 결과는 쓰디쓰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매 번 그것에 걸려 넘어가고야 맙니다. 저는 참 비참합니다.
겉으로는 아무 문제없는 듯 살아가지만, 제 안은 온갖 문제들로 가득합니다. 이 모든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해나간다면 평생 나는 문제 속에서 살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하느님은 모세와 얼굴을 마주 보고 사귀셨습니다(신명 34,10). 예수님은 하느님과 함께 사셨고, 하느님이셨습니다. 예수님과 사는 것이 아직은 편하지는 않지만, 주님과 기쁘게 살고 싶은 바람만은 진실입니다. 약속은 잘 지키지 못하지만, 그 바람만은 진실입니다. 주님께는 아무런 쓸모없는 바람이지만, 저에게는 주님과 함께 사는 유일한 길이 됩니다. 주님, 저와 함께 머물러주소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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