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8일 초연과 충실
예나 지금이나, 헤엄을 잘 치든 아니든 바다 한 가운데에 떠 있음은 불안하고 무서운 것이다. 바다 속에 빠지면 곧 죽기 때문이다. 반면에 하늘은 하느님, 구원, 영원한 생명을 상징한다. 배는 수면 위에, 즉 죽음과 생명 사이에 있다. 우리는 바다도, 하늘도 아닌 뭍에서 산다. 너무 열심히 살다보면 하늘이 있음을 잊어버리기 쉽고, 하늘만 바라보면 땅에서 하늘로 이어지는 하늘 길을 발견하지 못한다. 너무 열심히 살지도 말고, 그렇다고 하늘만 바라보지 않고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예수님은 친척이자 동지인 세례자 요한의 죽음 소식을 듣고 홀로 외딴 곳으로 가시려 했다(마태 14,13). 그런데 몰려드는 사람들 때문에 그러실 수 없었고, 일정에도 없었던 오천 명이 넘는 사람들을 먹이는 큰 행사를 치르셨다. 예수님은 정말로 혼자 계시고 싶으셨던 것 같다. 제일 먼저 제자들을 보내시고, 사람들도 모두 집으로 돌려보내셨다. 그리고는 드디어 홀로 산에 가셔서 기도하실 수 있었다(마태 14,23). 그러는 사이에 스승과 떨어져 그들끼리만 있던 제자들의 무리는 풍랑에 시달리며 죽음의 짙은 냄새를 맡으며 시달리고 있었다. 그런 그들에게 예수님은 물위를 걸어 오셨다. 죽음을 밟고, 하늘에 떠서 그들에게로 오셨다.
세상사에 초연하게 살고 싶다. 그것은 세상사에 무관심하게 모든 것을 등지고 사는 무책임한 방관자, 도망자, 초연함을 가장한 위선자의 삶이 아니다. 죽음의 손이 수시로 끌어당기는 바다 위에서 열심히 노를 젓는다. 그것은 죽음에서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안전하게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뭍으로 가는 노력이다. 세상 속에서 너무 열심히 살아 하늘을 잊거나, 하늘만 바라보다 하늘 길이 시작되는 곳을 찾지 못하는 잘못을 피하는 길은 충실한 삶이다. 초연한 삶은 충실한 삶이다. 물위를 걸어오신 예수님에게 시선을 고정시키고, 그분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며 그분의 삶으로 나의 삶을 해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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