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해 5월 22일 호칭
기도의 박사라고 불리는 알폰소 성인은 기도는 가장 친한 친구보다 더 친근하게 하느님과 대화하는 거라고 가르쳤다. 성인이 쓴 신심 서적에 나오는 성인의 기도를 잃으면 오글거리다 못해 거부감이 들 정도로 하느님과 친밀감을 표현한다. 성인이 이탈리아사람이라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자신이 하느님을 그렇게 사랑했고 그 글을 읽는 사람들도 하느님을 그렇게 사랑하기 바랐다.
나는 하느님을 어떤 호칭으로 부르나? 그 호칭에는 친밀감이 담겨 있나? 그러면 내가 세상에서 가장 친한 사람은 누구이고 나는 그를 어떻게 부르는지 생각해본다. 나의 부끄러운 과거를 다 알고 있고 편한 옷차림이나 속옷만 입고도 마주할 수 있는 사이는 누구이고 나는 그를 어떻게 부르나?
어린이들이 수녀님들에게 왜 결혼하지 않느냐고 물으면 예수님하고 결혼했다고 대답하곤 한다. 사실 수도자들은 자신을 그리스도의 정배, 주님의 깨끗한 배필이라고 부른다. 남자인 나에게 그런 호칭은 그 의미는 알겠지만 실제로는 도저히 그렇게 부를 수 없다. 부부관계를 생각해보지만 내게 그건 상상일 뿐이고 환상에 불과하다.
역시 친구가 무난하다. 그렇다고 한국 사람인 내가 그분을 ‘예수야’라고 부를 수는 없으니 예수님이라고 부른다. 그 안에 엄마, 아버지, 여보, 서로 고민을 얘기하며 밤을 지새웠던 친구들의 이름을 부르는 마음을 담는다. 하느님은 그보다 훨씬 더 나에게 가까이 계시고 더 가까이 더 깊숙이 내 안으로 들어오고자 하신다. 나를 다 차지하기를 바라신다. 당신의 외아들까지 내어놓을 정도로 간절히 바라신다. 내가 여는 만큼, 내가 다가서는 만큼 그분은 나의 친구, 나의 하느님이 되신다.
예수님, 문화적, 심리적 한계 때문에 주님께 가까이 가는 게 쉽지 않습니다. 정말 어린이가 되어야겠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아드님과 더 친해지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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