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해 6월 3일 봉헌
하느님께 봉헌했다고 말하는 교우들을 만난다. 그런데 그 봉헌물이 좀 이상하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족과 자녀들, 골치 아픈 문제, 고통, 어떤 때는 죄도 봉헌했다고 한다. 좋은 것을 드려야지, 게다가 자신의 것도 아닌 것을 함부로 주면 안 된다. 말이 봉헌이지 그 의미는 문제를 해결해주고 죄를 용서하고 죄책감에서 벗어나게 해달라는 청원이다.
사랑하는 이에게 좋은 것을 준다. 하느님께는 가장 좋은 것을 가려 드린다. 내가 가진 좋은 것은 선한 마음과 바람, 사랑하고 또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다. 가장 좋은 것은 임시지만 이 모든 것을 소유한 자기 자신이다. 그래서 성인들은 자신의 의지를 하느님께 드렸다. 내게 주신 의지를 하느님께 되돌려드리는 봉헌이다.
봉헌은 포기로부터 시작한다. 선행과 사랑 그리고 회개를 포기하는 게 아니라, 잘 되고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포기한다. 사랑하는 이에 대한 바람도 마찬가지다. 그를 함부로 봉헌하는 게 아니라 그에 대한 나의 선한 바람을 봉헌한다. 내가 가진 것 중에 그가 치유되고 그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보다 더 좋고 거룩한 것은 없을 거다. 그리고 나는 그와 다른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기만 한다. 그가 나에게 해주기를 바라는 대로 그에게 잘해주기만 한다. 그게 나의 봉헌이고 하느님 사랑이다.
재물이 있는 곳에 마음이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하느님께 드리고, 나의 바람과 의지를 포기했으니 나는 하느님 안에 있고 하느님과 함께 산다. 사실 그에 대한 나의 바람보다 하느님의 바람이 훨씬 더 크고 완전히 선하다. 사랑도 이기적으로 하는데 나의 바람이 완전히 선할 리 없다. 그를 위해 기도하고, 공동체를 위하여 기도하고, 평화를 위해 기도한다. 그리고 일한다. 완전히 순수할 수는 없겠지만 그런 선한 지향들은 지금 여기서 내가 일구어낸 가장 좋은 것들이다. 하느님께는 가장 좋은 것을 드린다.
예수님, 주님이 가르쳐주신 기도를 하루에도 몇 번씩 바칩니다.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같이 제 안에서도 이루어지기를 바란다고 기도합니다. 입으로는 그렇게 말하지만, 마음은 정말 그렇게 될까 봐 여전히 두려워하며 주저합니다. 그래도 가끔은 정말 그러기를 바라기도 해서 뜨거워지기도 합니다. 이렇게 조금씩 주님을 닮아갑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겸손하고 온유한 아드님의 마음을 가르쳐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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