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일 하느님이 없으면
수도생활을 하지 않았다면 나는 가정을 꾸미고 살았을 거다. 하느님이 그러라고 하셨으니까. 여자와 남자가 만나 가정을 꾸미고 자식을 낳고 다른 피조물들을 돌보는 것은 하느님의 축복이다(창세 1,28). 세례를 받지 않았다면 아마 나는 나와 내 가정만 생각하고 정의롭고 옳은 것을 가려내느라 고민했을 것 같다. 하느님을 몰랐다면 세상은 정글이고, 삶은 전쟁이었을 것 같다.
나는 세례를 받았고 예수님을 내 삶의 주인으로 모시고 산다. 나는 그리스도인이다. 주님의 계명을 지키려는 것이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여러 종교 중에 하나를 선택한 것으로 보이겠지만 나에게는 진리를 따라 사는 유일한 삶이다. 예수님이 나에게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그렇다고 나의 신앙고백이 다른 종교와 진리를 추구하는 다른 이들을 무시하거나 배타하지 않는다. 하느님은 사랑이시고 원수까지 사랑해야 하는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겠나.
“나는 이사야 예언자가 말한 대로 ‘너희는 주님의 길을 곧게 내어라.’ 하고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다(요한 1,23).” 이는 ‘당신은 누구요?’라는 질문에 대한 세례자 요한의 대답이었다. 요한은 자신은 그리스도는 물론이고 예언자도, 엘리야도 아니라고 명백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를 참 예언자로 알고 있었고(마르 11,32), 예수님도 그를 최고로 칭송하셨으며(마태 11,11), 그가 바로 당신에 앞서 다시 오기로 되어 있는 엘리야라고 하셨다(마태 11,14). 자신을 두고 누가 뭐라고 하든지 요한은 별로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 성인은 하느님을 알고 그에게 맡겨진 일을 하는 것으로 자신의 삶을 이해했다. 성인은 예언자도 아니고 단지 그의 소리라고 자신의 인생을 이해했다. 하느님이 없으면 요한은 요한이 아니었다.
그렇게 물은 사람들은 요한 성인의 정체를 물으러 예루살렘에서 내려 온 이들이었다(요한 1,19). 요한의 인기가 치솟아 성전예배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자 그를 조사하러 그들이 파견된 것이라고 한다. 성전은 예배 장소가 아니라 사업장으로 변해버렸다고 한다. 예수님이 성전을 폭력적으로 정화하신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고 한다. 요한은 한 사람이었지만 성전 전체를 흔들었다. 예수님은 하느님 계명이 담겨 있는 계약의 궤를 가려놓았던 성전의 휘장을 두 갈래로 찢으셨다(마르 15,38). 그래서 이제 우리는 누구를 통해서가 아니라 직접 하느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게 됐다. 두 분은 연약한 한 사람이었지만 그 안에서 하느님이 일하셨다. 그들은 ‘하느님의 일’이었다. 하느님이 없으면 그들은 잠시 뭉쳐있는 흙먼지였다.
예수님, 주님은 저희에게 기쁜 소식을 전해주셨습니다. 주님이 기쁘지 않으셨다면 그 소식은 가짜입니다. 행복하지 않으셨다면 그때 그 산에서 저희도 행복해지라는 당부는 거짓말입니다. 잠시 들러 가는 이곳에서 당신을 주님으로 모신 건 최고의 축복입니다. 죽을죄를 지어도 주님 곁을 결코 떠나지 않을 겁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사랑의 계명을 지켜 아드님 곁을 떠나지 않게 도와주소서. 아멘.
성경 ⓒ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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