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해 1월 3일(주님 공현 대축일) 변하지 않는 일
동방에서 학식 있는 이방인들이 예루살렘을 찾아와 유다인들의 임금으로 태어나신 분이 어디 계시느냐고 묻자 헤로데 임금을 비롯하여 온 예루살렘이 깜짝 놀랐다(마태 2,2-3). 그들은 깜짝 놀라거나 당황해하지 않았어야 했다. 그 때를 정확히 몰라서 그렇지 언젠가는 구세주가 그들 가운데서 태어나실 거라고 다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몹시 당황할 게 아니라 기뻐하고 흥분했어야 했다. 하느님의 약속이 이루어진 것을 눈으로 보게 됐으니 말이다.
하느님의 시간표와 우리가 바라는 시간표, 그리고 하느님이 일하시는 방식과 우리의 그것이 다름을 깨달아야 한다. 아무리 높은 산에 오르거나 아무리 넓은 평야에 서 있어도 우리의 시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자신과 마음이 맞는 사람들만 사랑하려고 한다. 하지만 하느님은 온 세상 모든 사람을 사랑하신다.
시대가 변하며 사목 방식도 변할 수밖에 없지만 한 가지 변하지 않는 게 있다. 그것은 가난한 이웃을 보살피고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도와주는 것이다. 이 일은 세상 끝날까지 남아 있을 것이다. 성당이 사라져도 이 일은 계속될 거다. 그래서 예수님이 당신의 거처로 택하셨나 보다.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에 계시겠다고 분명하게 말씀하신 것도 있지만(마태 25,40), 주님의 인생이 그걸 더 명백하게 증언한다. 그분은 왕궁이 아니라 마구간에서 태어나셨고, 선교를 공적으로 시작하실 때 그분은 죄인들과 함께 요한의 세례를 받으셨다. 그리고 포도주가 떨어진 난감한 혼인 잔칫집에 계셨다.
동방박사들은 아기 예수님께 예물을 드렸다. 예수님은 주님이시니 나도 그분께 합당한 예물을 바친다. 예수님은 그런 것들이 다 필요 없으신 줄 알지만 나에게는 필요하다. 사제는 권위자가 아니라 봉사자란 당연한 사실을 잊지 않기 위해서이고, 가장 작은이들에게 잘해주면 주님께서 기뻐하시기 때문이다. 코로나 이후의 사목형태를 이야기한다. 그것은 변화가 아니라 회복이라고 말해야 할 것 같다. 그동안 하지 않았든 해야 할 일을 다시 시작해야 할 테니 말이다.
주님, 만남과 활동의 제약이 많지만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합니다. 주님께는 아무 소용없지만 제게는 꼭 필요합니다. 같은 걸 생각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해주소서.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동방박사들이 따라갔던 그 별이 이제는 성모님의 머리 위에 있습니다. 어머니께 청하면 헛걸음하는 일이 없으리라 믿습니다. 주님께로 인도하여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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