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해 1월 11일 하느님께 돌아가는 길
하느님은 당신의 모상대로 사람을 빚어 만드셨다. 그래서 사람 안에는 하느님의 모습이 담겨 있다. 하느님께 우리처럼 눈 코 입과 팔다리가 있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그 대신 그분은 우리처럼 보시고, 향기와 악취를 구분하시고, 그리고 말씀하신다. 그분은 어디든 가시고 일하신다. 동식물은 생존과 번식을 위해서만 살아있는 것처럼 보인다. 반면 사람은 그런 것을 넘어선 어떤 것들을 추구한다. 우리는 그것이 하느님께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알고 있다.
하느님 안에 죄는 없는데, 나와 우리 안에는 있다. 하느님이 처음에 세상을 빚어 만드시고 그것을 사람들에게 맡기셨을 때 지금 이런 모습을 계획하지는 않으셨을 거다. 나 같으면 이런 세상을 오래전에 쓸어버렸을 거다. 사실 하느님도 한 번 그러셨다(창세기 6,13). 그런데 그분은 그렇게 하신 것을 크게 후회하셨다. 그 이후 하느님은 마음을 바꾸셨고, 이렇게 다짐하셨다. “사람의 마음은 어려서부터 악한 뜻을 품기 마련 내가 다시는 사람 때문에 땅을 저주하지 않으리라. 이번에 한 것처럼 다시는 어떤 생물도 파멸시키지 않으리라.(창세 8,21)” 하느님이 마음을 바꾸신 계기는 큰 홍수 후에 노아가 바친 번제물의 향기를 맡으신 후였다.
그 이후에도 사람들은 여전했지만, 하느님은 또다시 마음을 바꾸지 않으셨다. 하느님은 사람들을 부르시고 그들 안에서 그리고 그들을 통해서 당신 말씀을 전하셨다. 하느님은 사람들이 당신께 돌아오기를 바라셨고, 지금도 바라신다. 하느님이 선택하신 사람들이라고 한결같지는 못했다. 아브라함, 모세, 사울, 다윗, 솔로몬과 많은 예언자는 하느님의 길에서 엇나간 적이 있다. 그들 중에는 후회하고 아파하고 다시 하느님께 돌아온 이들도 있고 그렇게 엇나간 체 세상을 떠난 사람들도 있다. 하느님은 사람들이 후회하고 당신께 돌아오게 하지는 못하시는 것 같다. 하느님께도 불가능한 일이 있나 보다.
때가 차자 하느님은 직접 우리 안으로 들어오셨다. 그전에는 사람들을 통하셨지만, 그때는 누구나 다 들을 수 있게 직접 말씀하셨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마르 1,15).” 그리고 또 사람들을 부르셨다. 그분은 외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왜 우리가 하느님께로 돌아가야 하는지 그리고 그분 말씀을 믿으면 어떤 좋은 일이 생기는지 직접 보여주셨다. 십자가에 죽기까지 하셨다. 우리가 당신께 돌아오기를 바라시는 마음이 너무 간절해서 하느님의 애간장이 다 녹아내리는 것 같다. 하느님이 더 하실 일은 없다. 노아 때문에 마음을 바꾸셨고 죄인들 사이에 있는 아드님이 사랑스럽고 그분 때문에 마음 든든하셨다. 이제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그렇게 할 차례다.
예수님, 오늘 또 하느님께 돌아갈 기회를 주셨습니다. 마음을 바꾸는 게 말처럼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주님이 십자가 수난과 죽음의 고통을 견디신 것은 아버지 하느님의 간절하고 애타는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계셨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그걸 주님만큼 안다는 건 감당할 수 없습니다. 그 대신 주님의 말씀을 더 신뢰하고 믿게 해주소서.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어머니가 아니었으면 우리 하느님의 애간장은 다 녹아 없어졌을 겁니다. “예.”라고 대답하신 덕분에 하느님은 한시름 놓으셨고 저희는 살 게 됐습니다. 오늘도 하느님께 돌아가게 도와주소서. 아멘.
성경 ⓒ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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