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2일 별나라 사람들
자식을 수도원에 보낸 부모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딸을 시집보내는 마음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부모의 마음은 하느님의 마음을 많이 닮았다는데 그것을 알 수도 또 느껴볼 수도 없다.
한나는 그토록 절절하게 기도해서 얻은 아들을 도로 하느님께 바쳤다. 젖을 뗐지만 아직도 엄마의 손길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어린아이를 하느님의 사람이라고 돌려드렸다(1사무 1,27-28). 그녀가 원했던 것은 아이가 아니라 자신의 소원이 이루어지는 것뿐이었나? 아니다, 이런 질문 자체가 천박하고 불경하게까지 느껴진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어떻게 이렇게 생각할 수 있나? 그녀의 결정에는 분명 세속적이고, 인간적이고, 물질주의적인 사고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그 어떤 것이 있다.
마리아는 엘리사벳의 인사말만 듣고 기뻐하며 노래까지 불렀다. 아직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게다가 천사의 말대로 자신에게 그런 일들이 일어나면 앞으로 어떤 일들을 겪어야 할 지 모를 리 없다. 그런데 오히려 그녀는 가슴 벅차게 기뻐하고 노래하며 온 세상이 자신을 행복했던 사람이라고 평가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고, 내 마음이 나의 구원자 하느님 안에서 기뻐 뛰니, 그분께서 당신 종의 비천함을 굽어보셨기 때문입니다. 이제부터 과연 모든 세대가 나를 행복하다 하리니, 전능하신 분께서 나에게 큰일을 하셨기 때문입니다(루카 1,46-49).” 이것은 한나의 결정보다 더 이해할 수 없는 마음이다.
봉헌이란 그런 것인가 보다. 사랑은 주는 것이고, 참 사랑은 그에 대한 아무런 보답이나 고마움의 말도 바라지 않는 것이듯이, 봉헌은 하느님께 그렇게 드리는 것이다. 이것은 세상일만 생각하는 사람은 결코 알아들을 수 없는 별나라 이야기다. 나의 봉헌이 저 별나라 이야기처럼 이 세상 삶과 아무런 관련이 없을뿐더러 그에 대한 보답이나 어떤 보람마저 없어도 그렇게 할 수 있는 자신이 대견하고 자랑스럽고 기뻐서 행복한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이 땅에 살았고 또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는 저 별나라 사람들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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