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나해 11월 26일 가볍게 해주는 하느님의 뜻(+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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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해 11월 26일 가볍게 해주는 하느님의 뜻


고해소에서 세상살이에 지치고 고단한 교우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사죄경 전에 권고를 해주라고 되어 있는데 사실 나는 그럴 자격이 없음을 안다. 그 고단한 삶을 읽은 기사와 들은 이야기로만 알고 있는 사람이 어떻게 그리고 무슨 권고를 할 수 있단 말인가. 하느님 자녀로 잘 살아보려고 노력하는 교우들의 마음을 아프게나 하지 않을까 조심스럽다.

나는 자격이 없지만, 하느님이 바라시니까 이렇게 저렇게 나름 권고를 한다. 믿지 않는 사람들은 고해소에서 어떤 특별하고 비밀스러운 말이 오가는 줄 알겠지만 이미 다 알고 있고 뻔한 얘기들이다.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고, 남이 나에게 해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남에게 해주고, 죄를 피하라는 얘기다. 나도 고해소에서 신부님에게 그런 말씀을 듣는다. 하지만 그 시간만은 그 뻔한 얘기를 가슴 깊이 새긴다. 세상이 그 말씀으로 창조되었고 그 말씀이 사람이 되셔서 우리를 구원하셨으며 그 시간에 바로 그 말씀으로 내가 새로워지기 때문이다. 하늘과 땅은 사라질지라도 그 말씀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루카 21, 33). 하느님의 뜻은 하늘이 두 쪽이 나도 이루어지고야 만다.

교우들에게 정말 미안하고 하느님께 한없이 감사한다. 뒤돌아볼 것도 없이 지금 나를 봐도 이렇게 살 수 있는 자격이 없음을 아주 잘 안다. 매일 놀고먹지는 않지만 이런 삶이 나의 노동과 수고의 대가가 결코 될 수 없다. 죄인에게 행운이고 어린이에게 선물이다. 주님이 주시는 편한 멍에와 가벼운 짐을 지고 가는 보상이다. 거친 세상 속에서 서로 사랑하며 기쁘게 살아 희망을 찾을 수 없는 곳에서 사람들이 희망을 생각할 수 있게 복음의 표지가 되라는 하느님의 뜻이다. 그것이 아니고서는 죄인에게 이 가당치 않은 행운과 선물을 주시는 이유를 찾을 수 없다. 하느님은 씨를 뿌리지 않는 새들을 먹이시고, 하루 피고 질 꽃들을 그렇게 예쁘게 가꾸시고, 죽은 것 같은 나무들도 때가 되면 파랗게 잎을 내게 하신다. 우주의 주인이신 당신을 믿으라는 하느님의 간절한 바람이다.

우주에서 나는 바다의 모래 알갱이 하나보다 작다. 그런데 나의 꿈, 나의 계획, 나의 뜻은 우주보다 크고 하느님의 뜻보다 막중하다. 그것은 어떻게 해서든 하느님을 거스르면서까지 꼭 그대로 되어야 하는 것이다. 반면에 우주보다 무거운 하느님의 뜻은 그것을 받아들이는 이들을 아주 가볍게 만든다. 사람이 되신 그 창조의 말씀은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지고 가는 사람이 어떻게 자유로워지는지 몸소 보여주셨다. 십자가에 달린 예수님을 보며 제자들과 추종자들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나의 꿈이 완전히 무너졌다. 스승님을 위해서라면 목숨까지 내놓겠다던 베드로는 그분을 세 번이나 모른다고 했다. 나의 꿈과 뜻은 그렇게 크고 무겁다. 하느님을 믿음은 내 안에서 그분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바람이다. 나는 점점 사라지고 그리스도 주님 내 안에서 사신다. 내 뜻이 이루어지면 기분 좋지만, 하느님 뜻이 이루어지면 나는 예수님처럼 자유롭고 하느님처럼 행복하다.

예수님, 오늘도 새날을 주셔서 참 고맙습니다. 다시 주님께로 마음을 돌리고 주님의 뜻을 찾을 시간, 회개의 기회를 주셨습니다. 저의 삶은 찰나지만 하느님을 찾는 귀중한 시간입니다. 편한 멍에와 가벼운 짐을 지고 주님 뒤를 따라갑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어머니 품은 죄인들의 피난처라기보다는 쉼터입니다. 넘어져 까진 무릎을 그 안에서 치료하고 다시 일어나 가던 길로 따라갑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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