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훈] 다해 11월 30일(성 안드레아 사도 축일) 사도 그리스도인(+MP3)

나해 11월 30일(성 안드레아 사도 축일) 사도 그리스도인

사도는 ‘보내진 자, 파견된 자’라는 뜻이다. 예수님은 아버지 하느님 품에서 땅으로 파견되신 것처럼 제자들에게 권한을 주시며 그들을 파견하셨다. 당신이 여기저기 두루 다니시며 복음을 전하고 병자들을 고쳐주고 더러운 영들을 쫓아내신 것처럼 그들도 그렇게 하라고 보내셨다.

그런데 교회는 파견되기보다는 사람들이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것 같다. 세상은 변했다. 낯선 사람을 집에서 재워주는 일은 정말 옛날얘기다. 본당 선교 매뉴얼에는 교우들 가정방문을 하라고 되어 있지만, 낮에 집에 있는 교우는 거의 없고, 밤에 사제를 기쁘게 맞을 집은 없을 거다. 사제의 가정방문을 반길 교우들도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 변한 사회적 상황보다 더 심각하고 고질적인 교회의 문제, 모든 설문조사에서 빠지지 않고 1위를 차지하는 문제가 있다. 그것은 성직자의 자질과 태도 그리고 성직자만이 복음화 사업을 할 수 있고 그들이 그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성직주의, 성직자 중심주의이다. 소수인 성직자들이 회개하면 교회는 더 건설적이고 거룩한 꿈을 꿀 수 있을 거다.

세례받은 모든 그리스도인은 다 선교사다. 성직자만 사도 직무를 수행하지 않는다. 세례성사의 은총 안에는 복음을 전하고 아픈 사람을 치유하고 더러운 영을 내쫓을 수 있는 힘이 담겨 있다. 그러한 일을 하려면 훈련도 받아야 하겠지만 그 전에 그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훈련을 시작할 수 없다. 사도들은 예수님의 부르심에 생업과 가족을 떠나고 복음을 위해서 가려내어진 사람들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특별하거나 재능이나 신앙심에서 다른 이들보다 우월하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베드로 안드레아 사도들이 아니더라도 나 자신을 봐도 바로 안다.

대부분의 그리스도인은 세상 속에서 산다. 그들은 교회 안에서 복음을 듣고 그것으로 양육되고 삶의 자리에서 그리스도의 증인으로 살며 모든 피조물에 복음을 전한다. 모두가 교리교사가 될 필요 없고, 모두가 사회사업을 할 수 없다. 예수님을 통해서 거저 받은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 그분이 자신에게 베푸신 친절과 친밀감을 이웃에게 전한다. 그것이 모든 복음화 사업의 기초다. 현대사회에서 성직자의 활동 범위는 매우 제한적이다. 신학교에서 배운 신학지식과 열심히 본당 교우들에게 전해 들은 삶의 지식은 실제 세상과 많이 다르다. 하느님은 세상 저 구석까지 저 변방에 사는 모든 이들에게 당신의 사랑과 자비가 전해지기를 바라신다. 세상 곳곳 구석구석 다 퍼져 있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하느님의 이 소망을 이루어간다.

예수님, 이 거룩한 사업에 불러 초대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종이 되기까지 낮아지시고 죽기까지 내어주신 주님의 삶에서 생업과 가족을 버려둔 목적을 알게 됩니다. 그것은 헌신이고 투신이며 자기로부터 탈출이고 이기심과 자애심의 감옥으로부터 해방입니다. 저는 그렇게 구원의 길로 나갑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인류의 어머니가 되셨으니 제가 떠나 온 가족보다 더 큰 가족을 그리게 도와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