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0일 영원히 살기 위하여
사람은 선행도 이기적으로 한다. 칭찬은 피할 수 있지만 보람은 막을 수 없다. 그것은 선행 후에 내면에서 저절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수님은 그것마저도 외면하라고 가르치시는 것 같다. 끝까지 주인을 섬기는 종의 모습을 소개하시며 우리가 어떤 마음을 지녀야 하는지 가르치신다.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루카 17,10).”
가혹하게 들릴 수 있는 데도 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 건 그것이 곧 당신의 마음이기 때문이었을 거다. 목숨을 내어놓기까지 섬기셨고, 은혜도 모르는 죄인들을 위해서 그렇게 하셨다. 예수님께 보상이 있었다면 그것은 아버지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이었을 거다. 그분은 사람들의 감사나 칭찬 그리고 보답이 필요 없었다.
자신의 노력과 선행을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을 때 우리는 서운하고 때로는 억울하고 화도 난다. 예수님과 우리는 참 다르다. 바오로 사도는 티토에게 보낸 편지에서 도덕 교과 선생님 같은 말만 늘어놓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느님의 은총으로 그렇게 살 수 있다고 한다. “이 은총이 우리를 교육하여, 불경함과 속된 욕망을 버리고 현세에서 신중하고 의롭고 경건하게 살도록 해 줍니다(티토 2,12).” 선행에 열성을 기울이는 이들이 주님께 속한 사람들, 하느님 소유의 백성이다(티토 1,14).
덕은 좋은 습관이다. 습관은 무의식적인 행동이다. 선행과 희생이 몸에 배서 의도하거나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일어나야 한다는 뜻이다. 예수님은 그게 저절로 되셨는지 모르지만 우리는 엄청 노력해야 한다. 칭찬과 보답은 피할 수 있어도 보람은 그럴 수 없다. 그래서 보람은 감사의 예물로 하느님께 봉헌한다. 내가 선행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다 하느님 덕분이다. 아침저녁으로 변하는 세상의 칭찬은 무시하는 게 이롭고, 보람은 좋은 것이니 하느님께 드린다. 그렇게 내 하느님 사랑은 조금씩 자란다.
예수님, 바오로 사도의 말처럼 이 세상의 형체가 점점 사라져갑니다(1코린 7,31). 남는 것은 하나, 사랑뿐입니다. 영원하신 하느님을 사랑하면 저는 그 안에서 영원히 남아 있을 겁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부질없는 것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게 이끌어 주소서. 아멘.
성경 ⓒ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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