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나해 10월 13일 자유(+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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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해 10월 13일 자유

10년 전 안식년 중에 어머니의 병이 발견됐다. 모든 책임에서 자유로웠던 때라 온전히 어머니를 간병할 수 있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어머니를 위해 무엇인가 해드릴 수 있었다. 그리고 나의 성소가 정말 이기적인 선택이 될 수 있음을 알게 된 아프고 은혜로운 시간이기도 했다. 자녀양육, 부모봉양이라는 천부적인 의무들을 뒤로 하고 나 하나만 생각하는 지극히 이기적인 자유를 누리며 존중받는 세상 속으로 도망쳐버린 게 돼버릴 수 있었다.

병원에서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어머니의 병 앞에서는 사제도 수도자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병원비도 보탤 수 없는 그냥 한 아저씨였다. 어느새 ‘신부님, 신부님’이라고 불리는 것에 익숙해져 진짜 세상에서 멀어져 있었다. 존중받는 것은 사제가 아니라 사제의 직무란 걸 잊었었다. 나는 한 아저씨고 죄인이다. 사제는 그 고귀한 사제 직무에 합당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한다. 그런 직무를 온전히 수행할 분은 예수님 한 분뿐이시다. 주님은 사제가 엉망이어도 직무 그 자체로 당신의 일을 하시니 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하느님께서 그 천부적인 의무들에서 배제해주신 것은 고통받는 이웃들과 가장 작은 이들을 섬기고 그들을 위해 희생할 수 있는 자유를 주신 것이다.

바리사이는 분리된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죄와 부정한 것들과 접촉해서 자신이 더러워지지 않게 살았다. 그런데 예수님은 죄인들과 어울리고 나병 환자에 손을 대고 시체의 손을 잡아 일으키셨다. 생명의 주인이 죽음에 손을 대셨고 아예 그 세계로 들어가셨다. 예수님의 자유는 사람들을 살리기 위한 것이었다.

세상에서 사는 것, 육체를 갖고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제약이다. 자유로우신 분이 스스로 그 제약을 받으셨다. 하느님이 하늘에서 세상을 내려다보시고 착한 이들만 뽑아 하늘로 올려주셨다면 우리가 하느님을 이렇게 사랑하지 않았을 거다. 그분은 우리 공동체의 한 일원으로 우리가 겪는 고통, 죽음의 고통까지 다 겪으셨다. 우리 주님은 그렇게 우리가 하늘로 올라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셨다. 예수님의 자유는 혼자서 제멋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에 복할 수 있고 이웃에게 나를 넘겨줄 수 있는 능력이다. 그것을 우리에게 주신다.

예수님, 진리가 저를 자유롭게 해준다고 믿습니다. 주님이 진리이고 길이고 또 영원한 생명이십니다. 세상에서 도망친 것이 아니라 세상을 위해 내놓았다는 것을 잊지 않겠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주님의 길로 인도해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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