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해 11월 16일 찾으시는 하느님
예수님이 예리코의 세관장 자캐오의 집에서 하룻밤 묵으셨다. 사람들은 그분이 죄인의 집에 들어가 묵는다고 투덜거렸지만, 그것이 바로 예수님 선교사명의 본질이었다. 그분은 하느님이 잃어버린 것을 찾으러 오셨다. “사람의 아들은 잃은 이들을 찾아 구원하러 왔다(루카 19,10).”
외국어로 구원되지 않은 상태를 ‘잃어버려졌다(I was lost).’라고 표현한다. 국어로는 영 이상하지만, 그 뜻은 확실하다. 내가 무엇을 잃어버린 게 아니라 나의 주인이 나를 잃어버렸다는 뜻이다. 인권 의식이 높아지고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해지는 요즘에 나의 주인이란 말이 아주 거북하게 들릴 것이다. 그러나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이게 아주 자연스럽다. 예수 그리스도, 우리 주님 나의 하느님이시다.
자캐오는 시쳇말로 완전 왕따였던 것 같다. 예수님 시대 세리는 공적인 죄인이고 공공의 원수인데다가 그는 키까지 작았다. 그가 나무 위에 올라가 예수님을 보려고 했던 것은 거룩하고 간절한 마음이라기보다는 단순한 호기심 때문이었을 거다. 그를 보신 예수님은 단번에 그의 처지를 알아채셨다. 사람을 꿰뚫어 보시는 능력이 아니어도 잘 차려입은 어른이 나무 위에 올라가 있는 걸 보면 누구나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그는 완전히 외톨이였다. 그의 집을 선택하셨다.
단순한 호기심도 구세주와 만나는 좋은 도구다. 꼭 구도자가 되거나 구도하는 마음이 아니어도 우리는 주님을 만날 수 있다. 그분이 지금 우리를 찾으시기 때문이고, 내 방문 앞에 계시기 때문이다. 하느님은 당신 품에 있었던 마음들을 찾으시고, 집 나간 둘째 아들딸을 매일 동구 밖에서 애타게 기다리신다. 잠시 일상에서 물러나 눈을 들어 하늘을 바라보거나 눈을 감고 하느님 생각, 외아들까지 내어주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떠올리기만 해도 그분은 잃어버린 나를 찾았다고 나는 구원받았다고 선언하신다. 그것을 들을 수 없고 느낄 수 없지만 나는 그걸 믿는다.
예수님, 주님은 말 그대로 저의 주인이십니다. 이걸 자주 잊어버리고 살아서 죄송합니다. 주님을 기꺼이 그리고 당연히 저의 주인으로 모시는 것은 이런 저를 매번 그리고 끝까지 용서하시기 때문입니다. 저는 주님만 믿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어머니 치마폭에 앉은 모든 이들을 아드님과 친구가 되게 해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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