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5일 열매를 맺는 중
하느님 나라는 이곳저곳 특정한 지역에 있지 않다(루카 17,21). 하느님이 다스리시는 곳은 어디나 그분의 나라, 하느님의 나라이다. 볼 수 없는 하느님이 우리 앞에 나타셨고 그분이 직접 말씀해주셔서 하느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예수님이 바로 그분이시다. 예수님의 말씀을 마음에 간직하고 순종하는 사람들은 모두 하느님 나라 시민이다. 그 나라는 오늘 여기에 우리 가운데 있다. 2천 년 전에 있다가 사라져 지금은 역사책에만 있는 나라가 아니다.
그런데 하늘나라 혹은 하느님 나라의 평화와 기쁨과는 달리 우리가 사는 세상은 참 퍽퍽하다. 마음을 아프게 하는 소식들과 삶의 질을 나타내는 여러 지표들이 나쁜 것이 아니더라도 하루를 시작하는 마음이 그렇게 기쁘거나 아무 걱정 없이 평화롭지 않다. 어제처럼 오늘도 아마 내일도 또 그렇게 일상을 살아내야 할 것이다.
뭔가 잘못 생각하고 있나보다. 어떻게 매일 매순간이 그렇게 기쁘고 아무런 걱정이 없을 수 있나? 예수님도 그러지 못하셨다. 속상하고 화나고 슬픈 일들이 그분에게도 있었다. 목이 탈 정도로 걷고 또 걸어야 하는(요한 4,6) 지루한 날도 많았을 것이다. 십자가의 수치와 지극한 죽음의 고통도 겪으셨다. 그리고 마침내 당신의 사명을 완수하셨다. 그것은 언제나 당신의 마음에서 울리고 있던 아버지 하느님의 말씀이 이루어지고 그 열매를 맺은 것이었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려면 많이 기다려야 한다. 때로는 몇 년을 기다려야하기도 한다. 하느님의 말씀을 간직하고 되새기며 사는 이들은 모두 하느님의 열매를 맺어가는 중이다. 가지가 열매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가지에 열매가 달리는 것이다. 하느님 나라는 하느님의 것이니 그분이 주신다. 오늘도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은 날이겠지만 하느님 말씀을 담고 있는 이들에게는 그 열매, 하느님의 나라가 자라고 있는 중이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요한 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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