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5월 8일(어버이날) 아버지 어머니

이종훈

5월 8일(어버이날) 아버지 어머니

 

가톨릭사제를 신부(神父)라고도 부른다. 서양언어로도 ‘아버지’라고 부른다. 만일 처음부터 성공회처럼 여성사제가 있었다면 사제를 ‘어머니’라고 불렀을까? 사실 외국 수녀회에서는 최고장상을 그렇게 부르기도 한다.

 

사제생활 초기에는 그렇게 불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그냥 높은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에 은근히 좋았다. 그러나 어버이날 전화 한 통화 드리지 못하는 신세가 되고 난 후부터 그렇게 불림이 얼마나 무거운 사명인지 알았다. 세상에 태어나 자식을 낳아 키움보다 더 위대하고 거룩한 일은 없다고 믿는다. 신부님이라고 불림은 배 앓아 낳은 자식은 없어도 영적인 스승이요 부모가 되라는 명령인 것이다. 그 명령이 너무 무거워 신부님보다는 차라리 개신교회 목사님처럼 봉사자 혹은 수사나 선교사로 불림이 훨씬 편하고 좋다.

 

목숨을 걸고 출산하지 않고, 자녀들을 위해 수십 년 부엌과 직장에서 일하지 않고, 그들이 성장통을 겪는 동안 마음이 숯덩이가 되었으면서도 그들이 어쩌다 한 번 하는 사랑과 존경의 말 한 마디와 하찮은 선물에 그 모든 수고를 잊어버리는 바보가 되어보지 않고 아버지 어머니로 불림은 세상 모든 부모들에게 대한 모욕이 될 것 같다. ‘영적인’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면 더욱 그렇다.

 

예수님은 이 세상에 사는 동안 선생이라고 불리지 말라고 하셨다. 오직 그리스도님만이 유일한 선생님이시기 때문이다. 이 세상 누구도 아버지라고 부르지 말라고 하셨다. 하느님만이 우리의 아버지이시기 때문이다(마태 23,9-10). 당신의 양들을 종처럼 섬기고 그들을 위해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신 예수님처럼 살 결심을 하지 않았다면 신부님이라고 불릴 때마다 부끄럽고 그렇게 불림을 두려워해야 한다. 예수님은 우리의 참된 스승이고, 우리에게 참된 아버지를 보여주셨다. 그분은 생명의 양식이다. 위로에 굶주리고 희망에 목마른 우리들을 위한 참된 빵이고 음료이다.

 

예수님, 갈릴래아 카나의 잔칫집에 왜 그 좋은 포도주가 떨어지지 않았는지 알았던 그 일꾼들처럼 인류를 위한 참된 빵이고 음료인 주님을 전하게 하소서. 주님만이 참된 스승이고 하느님만이 유일한 아버지이십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무엇이든 아드님께서 시키는 대로 하라고 하셨던 성모님의 완전한 신뢰와 희망을 저에게도 가르쳐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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