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1월 8일 나야

이종훈

1월 8일 나야

 

예전에는 전화 거는 사람이 신원을 밝히는 것이 예의였지만, 아주 친한 사이에서는 ‘나야.’ 혹은 ‘나다.’라고 했다. 전화선을 타고 들려오는 그의 작은 목소리만 들어도 그가 누구인지 온몸이 즉각적으로 알았다.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나다(마르 6,50).”라고 당신의 신원을 밝히셨다. 어두운 호수 위에서 풍랑과 씨름하던 중에 물 위를 걸어서 온 스승을 알아보고 반갑게 맞을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기절하지 않은 게 다행이었을 것이다. 유령처럼 나타나신 것도 그렇지만 사실 그보다는 신적인 능력을 지닌 분이 아무 저항 없이 십자가 형벌을 순순히 받아들이셨고 게다가 그것이 죄인들을 위한 희생이었다는 사실에 우리는 놀라 자빠져야 하지 않을까?

 

제자들은 예수님은 하느님과 온 백성 앞에서 행동과 말씀에 힘이 있는 예언자와 같은 분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그분이야말로 이스라엘을 해방하실 분이라고 기대하였다(루카 24,19.21). 하지만 그분은 허망하게 희생되셨다. “누구든지 예수님을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고백하면 하느님께서 그 사람 안에 머무르시고 그 사람도 하느님 안에 머무릅니다(1요한 4,15).” 예수님을 하느님이라고 고백하려고 하면 내 안에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는 슈퍼맨 하느님은 려나고 뽑혀나가지 않으려고 내 안으로 들어오시는 바보 예수님에게 저항한다.

 

‘나다.’는 하느님이 불타는 가시덤불 안에서 모세에게 알려주신 당신 이름, “있는 나(탈출 3,14)”와 아주 비슷하다. 그 하느님이 예수님 안에서 당신 이름을 그리고 예수님의 삶을 통해서 당신이 어떤 분이신지 알려주신다. ‘어이, 친구 날세. 얘야, 나다. 나야.’라고 내 안에서 말씀하시는 그분을 내 온몸이 즉각적으로 알아챌 수 있는 날이 언제일까?

 

예수님, 참 하느님이시며 참 사람이신 주님, 주님은 완전한 인간, 완성된 사랑을 보여주셨습니다. 사랑의 완성이 곧 인간성의 완성입니다. 완전한 사랑으로 볼 수 없는 하느님을 보여주셨습니다. 베드로 사도처럼 물 위를 걸어보겠다고 나설 용기도 없고, 주님처럼 죄인을 위해서 목숨을 내놓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습니다. 단지 제 안에 있는 크고 작은 미움과 쓸데없는 적대감과 복수심만이라도 멀리 내다 버릴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저만 바라보시는 성모님의 그 눈빛이 부담스럽지 않고 오히려 힘나고 위안이 되기를 바랍니다.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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