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5일 치유와 해방
예수님은 병자에게는 의사, 외로운 이들에게는 좋은 친구, 묶인 이들에게는 해방자이셨다. 우리는 모두 상처를 안고 산다. 치유되지 않은 상처로 아파하며, 그 아픔은 오롯이 혼자만의 것이라 외롭고, 또 그 상처는 실체 없는 올가미로 우리를 옭아매어 행동을 부자연스럽게 한다.
우리는 아파서 부끄러워서 두려워서 그 상처를 애써 또는 자신도 모르게 그것을 외면한다. 그런 외면이 마치 진통제처럼 잠시 동안은 그 상처의 통증을 잊게 만들지 모르지만 우리가 잘 알듯이 그것은 치유가 아니다. 치유 받고 그 올가미에서 풀려 나오려면 용감하게 그 상처와 마주하고 그 상처에 손을 대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그럴 용기가 없다. 또는 너무 오래된 상처라서 그것은 이제 내 살의 한 부분이라고 여기며 살고 있는지 모른다. 그러나 예수님은 다르다. 굳이 그곳을 보고자 하신다. 우리는 온 힘을 다해 저항 아닌 저항을 한다. 감추고, 외면하고, 화제를 돌리려고 한다. 마치 건강한 사람처럼, 자유로운 사람처럼 보이고자 하지만 하느님 앞에는 모두가 알몸이듯이 예수님은 그 상처를 보신다.
예수님은 하느님이셨고, 하느님의 현존 안에서 사셨다. 구약성경에서 구름 혹은 안개는 하느님의 현존을 상징하는 자연현상이다. 하늘에서는 구름, 땅 위에서는 안개이다. 그 안에 들어가면 앞을 볼 수 없어 불안할 수 있지만, 적들도 나를 볼 수 없으니 나를 공격할 수 없다. 어쩌면 그들은 이 안개 속에 없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하느님은 그 둘을 모두 보신다. 그 안개 속에서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안개가 걷히기를 조용히 기다리거나 한 발 한 발 조심조심 걸어가는 것밖에는. 그렇게 가는 길에 적들을 다시 만나게 될까 두렵다. 그 두려움은 막연하지만 자연스럽다. 그런 두려움을 견디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다. 나머지 일은 주님께서 다 알아서 해주신다. 이렇게 치유되고 해방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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