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일 순종과 초월
내가 선하지 않은 줄 알면서도 언제나 내가 바라는 대로 되기를 바란다. 선하신 분은 오직 한 분, 하늘에 계신 아버지 하느님뿐이시다(마태 19,17). 예수님은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고 또 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을 위임받았음을 아시면서도 당신 맘대로 한 일은 하나도 없고 언제나 아버지 하느님이 원하시는 대로 하셨다, 죽음까지.
누가 봐도 십자가에 달린 예수님은 패배자의 모습이다. 당신을 모함하여 누명을 씌우는 이들에게 맞서 싸우기는커녕 도살장에 끌려가는 어린 양처럼 털 깎는 사람 앞에 잠자코 서 있는 어미 양처럼 자기 입을 열지 않으셨다(이사야 53,7). 반박할 말도 많고 조직적으로 그들에게 대항해 싸우실 수도 있었을 텐데, 그분은 아무 것도 하시지 않았다. 속된 말로 뭔가 믿는 구석이 있었음이 분명하다.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이의 지극한 여유와 당당함이다.
서로 다른 개체들은 물리적으로 하나가 될 수 없지만, 뜻을 같이 하면서 그들은 하나가 된다. 예수님은 아버지 하느님의 뜻에 완전하게 일치하셨다. 십자가 수난과 죽음까지 피하지 않으셨던 그분의 순종이 명백한 증거이다. 그 순종은 그분에게 하느님과 하나라는 확신을 심어주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확신은 예수님을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살게 했다. 예수님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내다보셨고 또 승리를 확신하셨다. 십자가 수난과 죽음도 부활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내가 세상을 이겼다(요한 16,33).”
자신이 시작한 일들의 결실을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 성인들이 많다. 세속적으로는 안타깝지만 그분들에게 성취감이나 결실의 기쁨은 중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주님의 뜻을 따르고 그분처럼 여기에서 살았으면 그것으로 충분했을 것이다. 그 일치로 이미 주님과 하나가 되었을 텐데, 무엇이 더 필요했을까? 시간도 우주만물도 모두 하느님의 것이다. 그분의 뜻을 따라 그분과 하나가 되면 예수님과 함께 공동상속자로서 나도 그것들을 차지한다. 그러면 너와 나, 과거와 미래를 나눔이 의미가 없어질 것이다. 나도 없어지고 오직 하느님의 뜻만 남는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그리고 제 안에서도 이루어지소서.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하느님의 뜻을 알아 순종함이 아니라 그분 뜻에 순종하여 하느님을 알게 됨을 가르쳐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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