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11월 6일 완전해지게 하는 채무

이종훈

11월 6일 완전해지게 하는 채무

 

예수님께 예루살렘 성전은 아버지의 집이었다(루카 2,49). 그곳에 여러 번 가셨겠지만 공관복음은 예수님의 인생을 예루살렘으로 가는 하나의 긴 여정으로 소개한다. 예수님이 아버지의 집으로 그리고 우리가 하느님께로 가는 여정이 어떤 것인지 알려준다.

 

그런 당신을 따라오는 군중에게 예수님은 “누구든지 나에게 오면서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 아내와 자녀, 형제와 자매, 심지어 자기 목숨까지 미워하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루카 14,26).”고 말씀하셨다. 당신이 예루살렘에서 겪으셔야 할 일을 아시면서도 그 발걸음을 멈추지 않으셨다. “오늘도 내일도 그다음 날도 내 길을 계속 가야 한다. 예언자는 예루살렘이 아닌 다른 곳에서 죽을 수 없기 때문이다(루카 13,33).”

 

예수님은 하느님께로 가는 유일한 길이고 진리이며 그 길을 따라가면 영원히 산다. 그 길은 완전한 자기 비움의 길이다. 비움이 아니라 내어 줌과 사랑, 즉 하느님이 그 최종목적이다. 하느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이다. 아무에게도 빚을 져서는 안 되지만 사랑은 그 반대이다(로마 13,8). 다 할 수 없는 사랑의 의무를 스스로 짊어져 더 이상 내어줄게 없이 되어야 비로소 그 채무를 벗는다. 아니 하느님처럼 완전해진다.

 

인간은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다. 성향이 아니라 본성이다. 원죄의 결과인지 처음부터 그렇게 만들어졌는지 모르겠지만 사랑을 원하면서도 언제나 뭔가를 남겨놓는다. 남겨 놓은 만큼 주님의 말씀을 의심하고, 의심하는 만큼 하느님과 멀어진다. 하지만 하느님은 나를 잊지 않으신다. 부모가 제 젖먹이를 잊어도 하느님은 나를 잊지 않으신다(이사 49,15). 세상에 죄인을 위해서 목숨을 내 놓는 사람은 없다. 예수님이 하느님이 아니라면 그런 일이 벌어질 줄 알면서 예루살렘에 가지 않으셨을 것이다. 예수님은 하느님이 그렇게 나를 사랑하심을 보여주셨다, 의심하지 말고 믿으라고. 하느님과 하나가 되는 길은 그분을 사랑함이고, 완전한 사랑은 아무 것도 남기지 않고 다 내어줌이다. 그러면 그 빈 됫박에 누르고 흔들어서 차고 흔들어 넘치도록 후하게 담아 주신다(루카 6,38).

 

예수님, 주님의 말씀은 모두 진리임을 믿습니다. 아니 아직 다 믿지 못합니다. 다 믿는다면 이렇게 어정쩡하게 살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조금씩 더 믿어갑니다. 서툴지언정 믿는 만큼은 흔들리지 않습니다. 힘들어 보여 주저하지만 한 번 들어서면 되돌아가고 싶지 않은 길이 주님의 길입니다. 어차피 땅에 되돌려줄 건데 뭘 자꾸 남겨 놓으려는지 모르겠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서둘지는 않지만 게으르지 않게 주님을 따라가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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